[제국의칼] (681) 제3부 정한론 : 대내전 (16)

마에바라 잇세이가 이끌었던 순국군의 봉기도 결국 일주일 남짓 버티다가무너지고 말았다. 마에바라는 니이가타쪽으로 도망치다가 체포되어 재판을받고 극형에 처해졌다. 붙들린 일당과 함께였다. 그러니까 구마모토, 후쿠오카, 하기 세곳에서 잇달아 봉기했던 불만 사족들은 마치 불을 보고 뛰어든 나방이들 격이라고나 할까, 모조리 덧없이끝장이 나고 말았다. 문명 쪽을 향해 흐르기 시작한 역사의 어쩔수 없는 도도한 물결을 거스르려고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쨋드 그 연이은 사족들의 봉기는 서너달 뒤인 이듬해 이른봄 가고시마에서 터져 오른 대반란의 서곡같은 것이라고 할수 있었다. 잇따른 사족들의 봉기도 진압되고, 그해도 서서히 저물어가는 어느날,경시청장 가와지는 서류봉투 하나를 들고 내무성으로 오쿠보를 찾아갔다. 가와지가 찾아오자, 오쿠보는 집무실의 문을 안으로 잠그게 했다. 그리고단 둘이 응접탁자에 마주앉았다. "각하, 오늘은 중대한 보고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오?" 가와지는 봉투에서 서류를 꺼냈다. 밀정들로부터 보내온 보고서였다.그것을 오쿠보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가고시마 사태가 폭발직전에 와있는것 같습니다" "음-" 오쿠보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 서류에 좀 눈을 주더니 물었다. "사태가 뭐 어떻다는 거요?" 말로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서류를 읽어나가기가 귀찮은 모양이었다. "도쿄로 진격해 올 계획을 세운 듯 합니다. 그 증거로 시골의 사족들까지가 제각기 무기를 휴대하고 가고시마 시내로 모여들고 있으며,총기나 도검을 새로 구입하려는 자가 수없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학교의 학생 대표들은 거의 매일밤 떼를 지어 기리노 도시아키를 비롯해서 시노하라 구니모도, 벳푸 신스케등 사이고의 심복들 집을찾아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가고시마 항구에 이미 출항 준비를완료한 기선이 여러 척 대기하고 있다지 뭡니까?" "호-기선까지? 그럼 바다로 해서 도쿄에 오겠다 그것가요?" "글쎄요. 바다로도 오고, 육지로도 올 모양이죠" "군사가 전부 얼마나 될것 같소?" "확실한 건 알수가 없지만, 사학교 학생들이 2만명이고, 사족들이 1만명정도 된다니까, 아마 3만군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