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의 골프입문] (17) 인간의 당위성

.금년도 딱 이틀 남았다. 이맘때면 늘 내년의 청사진을 그리게 마련이다. 다음은 아직도 "골프를 배울까, 말까"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마지막 윤활유이다. 이는 골프를 배우는데 있어 스스로 "당위성"을 확립해 놓으라는 의미이다. .골프는 평생운동이다. 나이 70이 넘어 체력이 떨어지면 테니스같은 운동은 솔직히 힘들고, 또 한다해도 20대 젊은이와 맞붙어 치기는 힘겹다. 그러나 골프만큼은 나이와 관계없이 죽을때까지 할수 있고 "핸디캡"에 의거, 상대가 20대건 30대건 대등하게 겨룰수 있는 운동이다. 이는 평생 부부가 함께 할수있는 운동이란 뜻이고 사위와 장모,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언제나 함께 즐길수 있는 운동이란 의미이다. 이 글을 읽는 24살의 미스리나 30살의 박대리는 바로 이점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가 선진화 될수록 골프는 일반화될 것이고 그때가서 나이들어 배우려 하면 지금 배우는 것 보다 신체적, 경제적으로 몇배는 힘들다. 골프가 반드시 멋진 인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옳은일일 것이다. .이웃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몇배나 더 골프치기가 어렵다. 그곳 역시 골퍼는 많고 골프장은 적기때문이다. 일본 골퍼들은 사실 서너달에 한번 골프장에 나가는게 일반적이다. 그래도 그들은 택시운전기사나 오피스 걸이나 상관없이 골프를 친다. 그들은 어쩌면 연습을 통해 골프를 즐기는 셈이다. 그들은 1년에 한두번의 필드행에 그쳐도 "그러려니" 한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틈새"가 많은 편이다. 골프를 배운후 직장상사에게 "머리한번 얹어 달라(처음 골프장에 나간다는뜻)"하면 그걸 "노"하는 상사는 없을 것이다. 골프를 배우면 씀씀이도 절제된다. 솔직히 술한잔 안 먹으면 한달 연습장비는 생긴다. "술값은 따로"라는 논리도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 술도 덜 먹게 되고 다른 오락도 줄어든다. 머리속이 온통 "골프"로 채워지고 거기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돈들고 시간 뺏긴다"며 골프를 결사 반대하던 주위사람들이 일단 골프에 입문하면 온통 골프예찬론자가 되는 것도 다 이에 연유한다. .중요한 것은 골프를 아주 "거창한 운동"이나 "돈 많은 사람들의 운동"이라고 멀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테니스나 볼링이 대중운동으로 자리 잡은 것 같이 골프도 같은 흐름이다. 연습장이나 골프장에 나가면 "돈 많은 티"를 내는 사람들도 있으나 자신의주관만 뚜렷하면 전혀 문제될게 없다. 만원짜리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어도 골프만 잘치면 수십만원짜리 골프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당신을 부러워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