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83) 제3부 정한론 : 대내전 (18)

비록 "암살"이라는 용어가 두 사람의 입밖으로 내비치는 않았으나 그것은 이심전심으로 사이고의 암살에 대한 가와지의 암시적인 제의를 오쿠보가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었다. 가와지는 자기의 부하가운데서 그일을 능히 해낼수 있는 민완의 경찰관 23명을 선발했다. 경부가 10명,순사가 7명,그밖에 서생이 6명이었다. 말하자면 관제 자객들인 셈인데 그 대장은 나카하라히사오였다. 그들 암살단 전원을 어느날 밤 가와지는 자기 집에 불러서 푸짐한 주연을 베풀었다. 그자리에서 가와지는, "여러분들의 책임은 막중하오. 가고시마가 일어서면 일본은 다시 무지전쟁때 못지않은 대내전을 겪게 되오. 다가올 그 전쟁을 예방하는 임무가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것이오. 가고시마 사태의 원인은 사이고 때문이오. 사이고를 없애면 어쩌면 전쟁이 예방될지도 모른다 그거요. 사이고 하나를 처치해서 예방이 안될지도 모르니까 그의 심복들 가운데서 기리노와 시노하라 벳부 세녀석도 골로 보내는게 좋을 거요. 그것으로도 부족할것 같으면 다무라 히라노 나가야마등도 베어버리도록 하오.사이고를 비롯해서 사학교당의 간부 녀석들을 모조리 없애버리면 가고시마능 대가리 없는 몸뚱이처럼 될게 아니오.대가리가 떨어져나간 몸뚱이가 어떻게 감히 정부를 상대로 싸우려고 일어서겠소.안그래요? 그런데 여러분,이 중대한 과업을 극비리에 귀신도 모르게 해내야 된다 그거요. 만약 탄로가 나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겪이 될게 아니오.그러니까 아무쪼록 신중을 기해서 잘 해내주기 바라오.여러분들은 능히 해낼수 있을 것이오.성공을 빌겠소" 이런 훈시를 겸한 일장의 결려사를 늘어 놓았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그들은 암호까지 정했다. 사이고는 "보오즈"(중)기리노는 "가쓰오브시"(쩌서 말린 다랑이),사학교는 "잇고슈"(불교의 한 종파),암살은 "이나스마"(번개)등으로말이다. 그들 23명의 암살단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여 스스로 사표를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형식을 취했다. 전원이 가고시마 출신이었다. 1899년,메이지 연호로는 10년1월 하순 어느날 해질무렵 한 척의 수송선이 조용히 가고시마 항구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오사카에서 출발한 세키류마루였다. 부두에 어둠이 갈리자 그 배에서 육군 한소대가 내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