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노동시장전망] 물가상승등 불안요소 많아 '흐림'

올해 노사관계기상도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철도.지하철 파업과 현대중공업의 장기파업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전국의 산업현장관계자들은 올해 노사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노사관계는 안정적 요인과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기상도를 그리기가 쉽지않다. 다만 올해 경기전망이나 노동운동의 흐름등 노사관계를 점칠수 있는 요인들을 분석해볼때 기상도는 일단 "흐림"쪽으로 쏠리고 있다. 우선 올해 노사관계안정의 걸림돌로는 경제호황과 물가불안이 꼽히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8~9%에 달하고 물가상승률도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6.0~6.5%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경제지표로 볼때 성과배분과 임금보전등을 바라는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요구가 크게 높아질 것이고 이는 임금안정을 기대하는 사용자측과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들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재야노동단체들의 민주노총 설립 움직임과 이에따른 노총의 선명성경쟁등 노동계의 심상치않은 기류도 노사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야노동계는 기존의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13일 민주노총건설준비위원회를 만든후 비노총계열의 재야노동계 통합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올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하고있는 민노총준비위는 협상때 업종별 지역별 그룹별로 공동투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인데 투쟁강도는 조직규합등을위해서라도 예상외로 강력하게 전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상급노동단체들의 선명성경쟁이 노동계를 긴장시키며 노사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야노동계가 단위노조에 대한 노총탈퇴활동을 가속화시키자 노총이 그동안 산하 단위노조와 재야노동단체들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어왔던 경총과의 중앙단위 임금합의를 포기했다. 이에따라 올해부터는 다른형태의 임금가이드라인이 제시되든지,단위노조들이 중구난방식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해야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같은 노총의 변신의 몸부림은 자체개혁과 노동계대통합 추진등으로 이어지면서 재야노동단체와의 노동계 주도권다툼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국 노동계의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단위노조의 분위기를 투쟁위주로 변화시켜 노사관계를 꼬이게 만들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조선등 업종별노조와 현총련 대노협등 그룹계열사 노조들의 연대투쟁 여부가 올해 노사관계를 판가름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결성이 추진되다 일부 대기업노조들의 외면으로 실패한 자동차업종노조협의회가 올해에는 "경기남부자동차노련"(가칭)을 추진체로 결성움직임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자동차업종은 올 임금협상때는 부품업체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공동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업종도 어느정도 조선노협체제를 갖추고 있는데다 조선업종의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와는 달리 강도높은 공동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큰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룹별로는 현총련과 대노협외에 기아그룹노조총연합(기총련)까지도 공동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노사관계에 가장 큰 변수로는 공공부문노동조합대표자회의(공노대)의 등장을 꼽고 있다. 그동안 민간부문에 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던 공공부문노조는 지난해11월4일 공노대가 출범한 이후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임금가이드라인 철폐 퇴직금환원 노동3권 완전보장등의 관철을 목표로 태동된 공노대는 최근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공무원수의 축소와 이로인해 예상되는 정부투자기관및 출연기관등의 정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은 그동안 인사적체와 저율의 임금인상에 시달려온 근로자들의 불만을 자극해 공공부문에서 메가톤급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공공부문사업장이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점을 감안,정부의 대응이 신속할 경우 대형 분규는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치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들뜨게 만들 지방자치제선거도 임금협상이 한창 진행되는 6월에 실시될 예정이어서 근로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노사안정을 해치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올해 노사관계는 그리 맑지 않으리란 분석이다. 그러나 여러차례의 분규를 겪으면서 노사당사자들의 의식이 성숙된데다 노사안정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올해 노사관계가 어느정도 안정적인 기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않게 나오고 있다. 노동부관계자는 이와관련,"올해에는 노사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불안요인이 곳곳에 잠재해 있다"며 "그러나 최근 많은 근로자들이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에 싫증을 느끼고 있고 노사간 협력분위기도 계속 확산되고 있어 이들 불안요소가 노사분규로 그대로 표출되기는 어려울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