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업종별전망] 유통 : 기고..권국주 <신세계백화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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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면 유통업계 최대 이슈는 선진국형 유통업태가 일으킨 "가격파괴"선풍이라고 할수 있다. E마트에 이어 프라이스클럽이 개점되면서 불붙기 시작한 가격파괴현상은 유통업뿐만 아니라 전업종.업태에 급속히 파급되기 시작했다. "시기상조론"을 무릅쓰고 선택한 신업태의 시장진입이 고객들의 호응으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둠에 따라 관련 유통업체와 메이커의 대응방향은 여러가지로 나타났다. 먼저 기존백화점들이 자체점포망을 할인업태로 재구성하거나 대기업들이 신규진입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공동구매등 협업화를 통해 유사한 가격할인으로 맞서는 인근 슈퍼나 중소상인들의 현실적 대응, 그리고 프라이스클럽과의 납품가 차별 철폐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제조업체도 대리점등 기존 유통업체의 반발을 우려해 할인점에 납품을 거부하거나 포장이나 규격을 변경해 할인점 전용상품을 개발.납품하는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업태의 도입초기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미국이나일본에서도 신업태의 활발한 전개에 힘입어 점차 문제가 해결되어 나간 사례가 있다. 또한 수요의 지속적 팽창과 개성소비 합리적 소비가 경기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어 그동안 기업간 담합에 의한 안정상태가 무너지고 치열한 경쟁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한편 가격파괴형 신업태는 업태 특성상 지가가 비싼 상업지역에 출점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앞장서서 할인업태의 매장면적 유통입지제한 물류시설자금지원등에 대해 제조업 수준의 지원및 규제완화를 표명하고 있어 이 조치가 구체화되면 신업태의 빠른 확산이 예상된다. 이러한 주변여건의 성숙과 함께 올해는 국내업체의 신규참여가 가시화될 전망이며 그동안 조심스럽게 한국시장을 주목했던 외국합작회사나 외국유통기업의 활동도 개방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이 존재의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EDLP(Every Day Low Price)의 실현과 경영시스템의 구축, 상품력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선진국의 오랜 "가격파괴"역사에 비해 우리는 아직 도입기에 있는 만큼 단순한 원가절감 노력만으로는 EDLP의 유지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내부혁신을 통한 경비절감 노력은 물론 모든 점포, 작업의 표준화,매뉴얼화가 필수적이며 컴퓨터를 도입한 정보시스템 관련 노하우는 할인점의성장.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앞으로 할인점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운영시스템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할인점의 인기에 편승하여 무조건 참여해보자는 식의 발상과 태도는 신업태 정착에 큰 저해요인이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자성이 절실한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