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마이너스 20세..김덕환 <쌍용 종합조정실 사장>

지난 연말에 아버지를 모시고 영화를 보러갔다. 대부분의 관객이 20대의 젊은층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신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셔서 한바탕 웃고 말았다. "관객중에 함께 온 두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우리가 제일 많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와 나의 나이를 합치면 1백32세. 두명이 아니라 다섯명의 나이를 합쳐도 우리 나이를 넘지 못할것 같았다. 아버지는 새해에 팔순이시고 어머니는 일흔여덟이시다. 두분이 오손도손 즐겁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 나이에 저리 젊게 살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이란 중년이 되면 나이를 먹는게 아쉬워진다. 살아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짧다는걸 문득 깨닫게 되면 초조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금이 30대라면..."하고 아쉬워 한다. 인간 연륜학에서는 사람의 나이를 네가지로 헤아린다. 시간의 흐름으로 따지는 역년령, 몸의 상처가 복원되는 속도로 헤아리는 생리적 연령, 사고와 감정의 젊음을 기준으로 하는 심리적 연령, 얼마나 왕성히 일하고 있느냐로 가늠하는 사회적 연령등이다. "나이 40이 된 늙은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 70이 된 젊은이가 있다"는 어느 제약회사의 광고문대로 사람의 나이는 결코 그가 살아온 햇수로만 계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보다 더 왕성히 일하며 사는 젊은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리적 연령 심리적 연령 사회적 연령은 젊은이 못지 않은데도 그저 역연령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직장 가정 사회에서 정년을 선언당한다면그같이 억울하고 서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한살을 먹었다. 그러나 청년이든 중년이든 노인이든 살아온 햇수가 몇년인가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자. 모두들 한20년씩 나이를 줄이고 청년의 마음으로 젊게 살자. "내가 만약 지금보다 20년이 젊다면"하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