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도요타 쇼이치로 <일 경단련 회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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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이봉후 ]]] -현재 일본경기를 어떻게 판단합니까. "회복은 되고 있다고 봅니다만 속도가 늦은 편입니다. 미국이나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 비할 때도 일본이 가장 처지지요. 설비투자도 조금은 증가하는등 지표상으로는 호전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현장에서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회복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역시 엔고가 가장 중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지난해엔 환율이 기어이 달러당 1백엔선마저 돌파했지 않습니까. 앞으로의 환율전망도 상당히 불투명합니다. 현재 회복기미의 경기가 본격회복으로까지 연결될수 있을지는 자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할경우 성장률은 어느정도일 것으로 보나요. "옛날과 같은 고도성장은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3%대의 안정적 성장이 이뤄지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계대표로서뿐아니라 총리자문기관인 경제심의회의 경제활성화위원장자격으로서도 몇번이나 정부에 규제완화를 요구하셨습니다만. "현재의 일본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는 규제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규제완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시장에의 신규참여도 보다 쉽게해야합니다. 규제완화는 대외무역불균형을 시정하는데도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종전50주년 한일국교정상화30주년을 맞아 양국간 경제협력을 보다 강화할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만 어떤 형태의 협력이 가장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하나요. "양국경제계가 힘을 합해 제3국시장에 공동진출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봅니다. 양국기업이 가능한 범위내에서 협력을 확대해가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국간 협력을 기대할수 있는 산업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양국간 협력의 가능성은 정말 무한합니다" -공동진출로 성과를 올릴수 있는 지역은 어디를 꼽을수 있을까요. "대상지역 역시 대단히 넓다고 봅니다. 동남아는 물론이고 중국이나 러시아 극동지역등도 포함될수 있을 겁니다" -한국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사이의 구체적인 움직임으로는 어떤것이 있나요. "최종현회장과는 양국기업들의 공동진출을 활성화시키자는데 이미 견해를 같이한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결정사항은 아직 없습니다만 경단련으로서는 협력강화를 위한 환경만들기에 더욱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경단련은 개도국에의 투자촉진을 목적으로 일본국제협력기구(JAIDO)란 기관을 설립해 놓고 있습니다. 공동진출의 경우도 이기관을 이용하면 보다 효율을 높일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본기업의 대한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한국측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직접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투자선으로서의 한국의 매력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중국 베트남등의 대두로 그면에서의 유리함은 없어졌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한국은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인재나 산업의 집적도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으니까 이런 면을 강조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투자유치활동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금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으리라고 봅니다. 대만이나 아세안국가들뿐아니라 구미에서는 정부 주 도시단위로도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각성및 주요도시가 투자유치를 위한 사절단을 일본에 파견해 오고 있습니다. 투자유치도 세일즈처럼 변해가고 있는 시대임을 감안, 한국도 조금더 힘을낼 필요는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는등 일본형경영시스템의 붕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일본형경영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니요. 그런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버블(거품)경제는 깨졌지만 소위 일본형경영시스템이란 것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전혀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일본에서도 연봉제란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야구선수같은 운동선수들을 지적할수 있습니다. 일반기업에서도 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정말 변화가 있다는 의미를 부여할 정도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희망퇴직등이 늘어나면서 종신고용제도 다소간의 상처를 받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정도야 어느 시대에나 있는 것입니다. 좀다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종신고용제란 것이 꼭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도 한회사에서 몇십년간 종사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까.다만 일본의 경우는 대부분의 기업이 종신고용제를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그런 관습은 현재도 그대로입니다" -그럼 21세기에도 일본형경영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될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장래의 경영시스템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현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러나 이런면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형경영시스템의 특징중 하나가 다른곳의 좋은면을 배우면서 항상 자기자신을 고쳐 간다는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변화의 결과로 생기는 시스템도 일본형경영시스템으로 부를수있을 겁니다" -일본형경영시스템의 장점은 어떤 것입니까. "일본경제가 전후의 폐허에서 일어선 것은 근면하고 발전지향적인 노동자가있었다는 점과 함께 노사협조형의 소위 일본형경영시스템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공서열적인 사고방식등에는 다소 문제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고용유지 인간존중 장기적관점에서의 경영등 일본형경영시스템의 좋은부분은계속 살려가야 한다고 봅니다" -21세기에는 정보산업이 일본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자동차는 뒷전으로밀려나게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만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자동차산업이 종래와 같이 급격한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안정적인 성장은 앞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산업으로서 일본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역할도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그런 전망의 근거를 설명해줄수 있습니까. "일본의 경우 현재 자동차보유대수가 6천만대를 넘는만큼 일정규모의 교체수요는 항상 있습니다. 자동차보급률의 향상 복수소유자 증대에 따른 수요확대도 예상됩니다.거기다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인텔리전트빌딩 오토캠프장등도 자동차업계에 도움을 주게 되리라 봅니다" -해외시장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해외부문도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자동차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니까요. 이들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모든 산업을 국내에서 육성한다는 소위 "원세트경제"를 지향해 왔고 한국도 그런 면에서는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만 효율면을 생각할때 "원세트경제체제"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일본이 반드시 "원세트경제"를 지향해 왔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오히려 치열한 국제경쟁속에서 산업구조의 전환을 진행해 왔다고 봅니다. 임금상승등으로 비교우위를 잃은 노동집약형산업의 경우는 아시아등 개발도상국으로 서서히 이전돼 왔지 않습니까. 가전산업을 볼경우 컬러TV 라디오 전자레인지 선풍기등은 이미 해외생산비율이 60~70%에 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의 급격한 엔고에 따른 해외생산으로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물론 최근만 생각한다면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문제가 된다고 볼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공동화를 막기위한 대책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보통신을 비롯한 신산업및 신사업의 개척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같은 산업의 육성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가야 합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는 불경기에도 꾸준히 이익을 올리는등 빼어난 저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자동차만이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자체평가하시나요. "다른 업체에는 없고 도요타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라고요. 그런 특별한 비결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도요타가 아직도 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도요타는 언제나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해왔지 않습니까. "글쎄요. 굳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것들일 것입니다. 좋은상품을싸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지요. 도요타는 비즈니스의 기본개념이라고 할수있는 커스터머 퍼스트(소비자제일주의)정신을 사내 모든부서 모든 직원들이 철저히 몸에 익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덧붙이자면 사내뿐아니라 부품업체및 판매점등에도 항상 이를 강조해왔는데 그런 노력들이 계속 쌓여 오늘의 도요타가 있다고 봅니다"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