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긴축 통화운용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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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9일 올해 총통화증가율을 전년보다 낮은 12~16% 범위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안정이라는 정책목표때문에 통화고삐를 조이겠다는 긴축방침의 표명이며 올해도 통화량중심의 직접규제방식이 그대로 답습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도 올 경제운용 계획에서 물가안정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연간 상승률을 5.5% 이내로 묶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국은 안정기조를 위협할만한 물가상승 요인으로 시중에 풀린 많은 돈을 첫째로 꼽는다. 지난해 12월 총통화증가율은 17.7%에 달했다. 당초의 14%에서 16%로 늘린 연간 억제목표선을 훨씬 넘은 것이다. 둘째는 경기확대가 지속되는 경제분위기에다 재정자금과 민간자본에 의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러시로 자칫하면 인력 자재 자금의 수요증대를 유발하는 투자인플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는 WTO체제로 늘어날 수출과 외환시장및 자본자유화로 해외부문에서 많은 외화가 들어와 그만큼 국내 통화증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넷째는 세계경제의 확대지속으로 예상되고 있는 원유등 해외 원자재가격과 국제금리의 상승이다. 다섯째가 경총과의 합의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중앙단위 사회적합의"를 노총이 거부한데서 노사협상이 불투명하고 임금인상폭도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여섯째는 올해안에 실시키로 된 공공요금 인상이다. 그리고 일곱째가 6월에 있을 4대 지자제선거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방법을 통화량 중심의 통화의 긴축.규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제확대 국면의 전개로 경기상승세가 지속되는 판에 한은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적게 공급하겠다고 하면 기업의 자금난과 금리상승은 불가피해진다. 대기업은 수요자금을 자본시장과 해외에서 기채할수 있지만 신용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문제다. 금리가 경쟁국보다 높아져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금리상승을 가져올 통화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 물가를 주로 통화규제로만 다스리는 방법은 재화와 외환.자본의 자유로운 국제이동이 제한되던 정부주도형 금융통화 정책시대의 산물이다. 정부가 세계화 국제화로의 정책기조 전환을 선언한 이상 돈의 자유로운 국제이동과 충돌하지 않는,시장원리에 입각한 간접 통화관리방식의 개발이 아쉽다. 그리고 한국처럼 해외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총통화 중심의 통화정책을 쓰지 않고 물가안정에 성공하고 있는 나라들의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원용한 물가정책으로의 전환도 연구함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