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일 백화점들 '적과의 동침'..일괄구매등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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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란 신물결과 함께 수퍼와 디스카운터 스토어의 협공을 당하고 있는 일본백화점업계가 생존을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저가전쟁에서 낙후병으로 전락한 처지를 만회하고 옛날의 명성을 되찾아보려는 몸부림이다. 백화점업계의 판매액은 전년수준을 밑도는 부진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할인점들이 급성장세를 타고 있고 체인업계도 하반기부터는 전년수준을 상회하는 회복무드에 들어선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이같은 궁지를 탈피해 보려는 백화점업계의 노력은 실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격심한 경쟁만을 되풀이해오던 종전과 달리 서로간의 협력과 공존을 모색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이 대두하는가 하면 경영방식을 과감하게 바꾸면서 체인스토어의 운영기법을 도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어떻게하든 가격경쟁력을 회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들어매자는 것이 목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같은 움직임속에서도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백화점업계의 오월동주라고도 할수 있는 미쓰코시백화점과 다이마루백화점의 제휴다. 미쓰코시와 다이마루는 랭킹1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계의 큰손들이다. 이들 두백화점은 지난달 27일 상품의 기획 개발및 공동구매등에서 업무제휴한다고 전격 발표해 업계를 충격속에 몰아넣었다. 제휴내용은 일부상품의 공동취급신규브랜드의 공동도입PB및 수입상품의 공동개발도입선물상품의 공동개발 도입등이다. 우선 올해는 양사구매액의 5%정도(약5백억엔)를 목표로 공동개발및 공동조달을 진행키로 했다. 특히 신사복 부인복 아동복 잡화 스포츠용품 생활용품등 5부문에 대해서는 거래량이 많은 구매선을 공통중점거래선으로 지정해 구매의 집중화를 통한 원가인하도 도모키로 했다. 공통중점거래선은 1백사이하가 될 전망이지만 부인복의 경우 구매액의 20%정도를 이들 거래선에 집중시킬 예정이다. 자존심높은 전통백화점들간의 전격적인 제휴는 가격파괴열풍에 따른 업계의 어려움이 어느정도인지를 선명히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백화점업계는 현재 각사가 제각각 발행하고 있는 상품권을 전국 공통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소비자의 편리를 도모함으로써 여행사및 신용카드회사가 발행하고 있는 선물카드에 대항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선물카드는 백화점및 전문점등에서 모두 사용할수 있는데 비해 백화점상품권은 그룹기업및 일부제휴선을 제외하고는 사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선물카드가 사용될 경우 백화점은 일정수수료를 발행회사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전체로 본다면 이익의 외부유출이란 면으로도 연결된다. 상품권을 공통화할 경우 발행액과 회수액의 균형이 무너지는 업체나 나타나는 등의 문제점도 물론 생길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 실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해중에라도 취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수퍼의 경영수법을 도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수퍼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본부가 다수의 점포를 관리하는 체인방식의 운영과 본부에서의 일괄구매다. 체인화측면에서는 세이부백화점이 가장 열심이다. 지난 93년3월부터 체인형태의 운영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해 어느점포에서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는 공통화체제의 구축을 경영재건의 핵심으로 삼고있다. 세이부는 관리비등도 각점포에 기준가를 제시하고 있으며 상품구색면에서도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다이마루는 수개월전 상품을 본부에서 일괄도입하는 것을 축으로한 "상품네트워크시스템"을 도입했다. 일괄구매를 전상품의 70%선까지 높인다는 것이 다이마루의 계획이다. 다카시마야도 도쿄본사에 구매관리실을 설치,포장지 종이 봉투 전표 사무기기등의 구매일체화에 나섰다. 백화점업계는 어디를 막론하고 거래도매상을 쥐어짜 납품가격을 인하하고 원가가 저렴한 해외상품조달을 늘리는데도 혈안이 돼있다. 백화점업계의 태평성대시절은 가격혁명으로 완전환 종지부를 찍게 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