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유럽에 부는 M&A 열풍..기업마다 '새틀짜기'한창

[[[ 브뤼셀 = 김영규 ]]] 유럽 대기업그룹들의 기업인수 열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큰것이 좋다"는 식의 확대 경영전략이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금주초 영국 제약회사인 글락소가 동업종인 웰컴사를 인수할 뜻을 밝힌 것이 그 예이다. 잔탁이란 궤양치료제를 앞세워 세계2위 제약업체의 위치를 지켜온 글락소는웰컴사의 인수가 성사되면 미국 머크사를 제치고 최대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이를위해 글락소사가 제시한 인수가는 1백47억달러(11조7천억원). 세계 기업인수 사상 10위권내에 들어가는 엄청난 규모의 도박에 나선 셈이다. 영국 청량음료 메이커인 캐드베리 쉐프스사도 같은날 미국 닥터페퍼사를 16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청량음료시장인 미국에서 코카콜라및 펩시콜라와 한판 승부,명실공히 국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연초에는 스웨덴의 SCA사가 독일 펄프사인 PWA의 지분을 인수, 유럽 최대 목재업체로 발돋움했으며 비록 미수에 그쳤으나 영국 투자은행인 워버그가 미 모간 스탠리의 합병을 시도하는등 유럽기업간 양적성장에 대한 선호가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유럽기업들이 인수작업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뒷면에는 비주력업종의 "가지치기"전략을 꾸준히 병행해 나가고 있다. 수익성 여부에 관계없이 비주력분야를 과감히 매각, 그 여력을 주력분야에 집중시키는 계열사정리작업이 뒤따르고 있다. 굳이 정부가 여신관리규제등을 통해 계열사 정리를 강요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가지를 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 문서처리시스템사인 일렉트로컴 오토메이션사를 인수, 자동사무기기 분야를 강화했던 독일의 AEG사는 금년초 산업기기 전문업체인 MOD콤사의 지분을 미국 관련업체에 처분했다. 영국 손 EMI사가 미사일 사업부문을 프랑스 톰슨사, 프랑스 화학그룹인 론 폴렝사가 제약연구소인 리파의 지분을 미국업체에 넘겼다.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컴은 미 AT&T사의 지분을 처분했으며 브리티시 피트롤리엄(BP)사는 석유사업부문의 강화책으로 동물사료를 중심으로한 식품사업체를 4억2천5백만달러에 매각하는등 그 사례는 셀수없이 많다. 특히 세계적 이동통신업체인 노키아그룹은 이에 보다 적극적이다. 이회사는 지난해말 알루미늄 사업부문을 매각, 그 대가로 생기는 3천만달러를 정보통신분야에 투입키로 했으며 앞으로 타이어분야에 갖고 있는 80%의 지분도 처분할 방침이다. 이에앞서 독일에 있는 브라운관 생산업체를 일본 마쓰시타에, 에너지관련 사업체는 핀란드 포조란 보이마사에 넘겼다. 정보통신 이동전화 가전및 전선 기계등 4개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은 모두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노키아 알루미늄사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6천만달러가 넘는등 처분대상업체들의 수입이 짭짤했으나 앞으로의 최대 성장분야인 정보통신및 멀티미디어분야에 그룹힘을 집중하겠다는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유럽 대기업들의 이같은 계열사 정리작업이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 제스처는 결코 아니다. 각국 정부와 유럽연합(EU)위원회도 인수합병을 통해 발생하는 독과점만 단속할뿐 기업들에 계열사정리를 강요하는 사례는 찾아 볼수없다. 기업 스스로 장기적인 생존전략에서 사업구조를 끊임없이 개편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