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항공기 기술도입, 미국/프랑스로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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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이 공동개발을 추진중인 중형항공기 사업의 제3국 기술도입선은 어느 업체로 낙착될까. 지난달 18일 한국측 컨소시엄이 결성된뒤 미국 유럽등 선진국 항공업체 관계자들의 내한이 잦아진데다 기술도입업체 선정시한도 한달정도로 임박하면서 이에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제3국 기술도입선은 내달 중순께로 예정된 "중형기 분과위 제2차회의"때까지 선정해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중형기 기술도입선은 현재까지 미국의 보잉사와 프랑스의 아에로스 파시알사로 압축된 양상이다. 제3국 업체 선정의 핵심적인 기준인 핵심 기술이전 가능성과마케팅 능력등에서 두 업체가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물론 밀고 당기는 협상과정에서 뜻밖의 업체가 급부상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 현재 한중 중형기 개발에 기술제공사로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항공업체는 보잉과 아에로스파시알외에 독일의 다사(DASA),영국의 BAe사등.이들 4사는 작년말부터 실무자들을 한국에 보내 중형기 컨소시엄 주도업체인 삼성항공에 협력 가능성등을 타진해 왔다. 그러나 다사와 BAe는 중형(1백인승)이상의 항공기 개발 경험이 거의 없어 우선 순위에선 일단 밀리고 있는게 상황이다. 결국 보잉과 아에로스파시알간의 싸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 두 업체는 각각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다. 보잉의 경우 강점은 세계최고의 항공기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기 개발이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각종 국제규격을 획득하는 데도 당연히 유리하다. 또 보잉의 판매망을 통한 미주시장 공략도 수월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보잉의 "높은 콧대".과거 경험상 보잉이 자신들의 핵심기술을 한국과 중국에 얼마나 이전해 줄지는 의문이란게 업계관계자들의분석이다. 모르긴 몰라도 기술이전에 관한한 보잉은 어떤 업체보다 소극적일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아에로스파시알은 어떤가. 항공기 제작기술이 보잉보다는 뒤지지만 기술이전이나 마케팅 능력등에선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또 좀 떨어진다는 기술도 중형기 제작에는 큰 문제가 안될 정도이며 한국이나 중국에는 그것도 감지덕지한 첨단기술이란 지적이다. 반면 아에로스파시알과 손잡을 경우 미국등 미주시장에 중형기를 팔기는 그만큼 어려워질게 뻔하다. 이같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보잉과 아에로스파시알간의 경쟁에서 또 하나 복병은 "정치적인 변수"이다. 특히 중국측이 미묘한 외교적 사안을 들어 "이 회사는 된다,저 회사는 안된다"는 식의 고집을 부릴 수도 있다. 어쨌든 보잉과 아에로스파시알간의 치열한 다툼은 이달중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두회사는 이달초 핵심간부들을 한국과 중국에 파견,양국의 컨소시엄 주도업체등과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이 양국에 어떤 협력 조건을 내놓을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보잉과 아에로스파시알이 던질 조건에 따라 한중 양국은 각국에 돌아올 이해득실을 따질게 분명하다.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열린 한중 실무협의에서 제3국 기술도입업체는 서로 긴밀하게 협의해 결정하기로 한만큼 양국 모두에 공동이익을 줄수 있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 한중 두나라의 서로 다른 저울질도 중형기 기술협력업체 선정을 쉽지 않게 하는 요인이란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