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작년 4년만에 30억달러 흑자..과감한 개혁/옛 명성회복

컴퓨터분야의 공룡 미IBM이 지난해 4년만에 처음으로 3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내더니 올들어서는 그 여세를 몰아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다지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루이스 거스너 회장의 지휘아래 비효율적이거나 사내의 화합을 저해하는 요소를 과감히 척결하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팀워크를 조장하는 부문에는 인센티브를 부여, 지난날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열의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올초 미국 본사의 고위 임원2명을 축출한 시점에서 이뤄진 병렬처리컴퓨터사업파트에 대한 조치는 IBM의 이같은 의도를 대변하고 있다. 거스너 회장은 지난달 6일 병렬처리컴퓨터부분의 팀장인 컴퓨터과학자 블라다프스키 버거를 뉴욕 본사로 불러 병렬처리사업파트를 본격적인 사업부로 승격시키고 버거씨를 승진시킨다는 소식을 직접 전했다. 청바지에 스웨터차림으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이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지만 그는 거스너 회장이 분명한 말로 심중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번 승진은 팀워크와 시의적절한 상품 출하로 회사에 기여한 공로에 대한 보답"이라는게 거스너 회장의 말이었다는 것이다. 버거가 이끄는 병렬처리컴퓨터파트는 종래의 IBM문화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IBM의 경우,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은 기술은 꺼리는 성향이 짙었다. 이에 따라 회사가 신규사업에 진출하는데 적지 않은 지장을 주어왔었다. 그러나 병렬처리사업부는 이같은 행동양식에서 탈피했다. 그리고는 IBM의 다른 사업부에서 개발한 기술도 좋으면 과감히 사서 독자적인 제품개발애 응용했다. 병렬처리컴퓨터란 개인용 컴퓨터나 워크스테이션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여러개 내지 수십개 병렬로 연결, 대형컴퓨터의 성능을 내도록 한 제품이다. 이제품은 기존의 대형컴퓨터에 값도 싸고 조작도 편하며 크기도 줄일수 있는 것은 물론 성능면에서도 기존 제품을 능가하는 분야가 있는등 잇점이 많아 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병렬처리컴퓨터 사업부가 내놓은 제품 가운데 성공작으로 평가되는 SP2시스템은 다른 사업부가 개발한 워크스테이션인 RS6000시스템에서 쓰는 파워PC칩과 또다른 사업부의 기술을 채택한 디스크 드라이브제품,내부정보처리방식등을 혼합해 놓은 제품인 셈이었다. 그결과 이SP2는 현재 시장에 선보인 병렬처리컴퓨터 가운데 최첨단의 성능을 낼수 있는 제품의 하나이면서도 기존의 RS6000시스템에서 돌아가는 1만여가지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할수 있어 경쟁사 제품을 누르는 저력을보여줬다. 한예로 미뉴잉글랜드주에 본사를 둔 고성능 스피커업체인 보스사는 전통적으로 휴렛팩커드사의 고객이었으나 SP2제품으로 인해 IBM고객으로 돌아섰다. 뿐만 아니라 이병렬처리컴퓨터는 전체 마진이 58%에 이르러 수익면에서도 기존의 IBM 메인프레임을 훨씬 웃돌았다. 메인프레임은 마진이 40%정도였었다. 여기에 SP2는 IBM워크스테이션과 이상없이 맞물려 돌아가 이의 판매를 유발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SP2는 시판되기 시작한지 3년만인 지난해 2억달러어치가 팔렸다. 하지만 이제품은 올해는 5억달러정도가 팔리고 내년에는 10억달러가량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병렬처리컴퓨터 전체 시장규모도 지난해 6억달러에서 오는 98년에는 53억달러에 이르러 종전의 메인프레임 시장규모를 넘어서리란 전망이다. 98년 메인프레임 시장은 50억달러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SP2의 개발.시판에 따른 상황변화는 거스너회장의 전략과 맥락이 통했으며거스너회장은 여기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릴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과연 이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 과거의 영광을 얼마만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