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중국은 어린이 천국..최필규 <북경 특파원>

북경 중심가에 자리잡은 연사백화점은 연일 발디딜 틈이 없다. 독일 루프트한자그룹과 한국의 대우그룹이 합작으로 세운 이 백화점은 북경 최대백화점이다. 세워질 당시만해도 고가상품만 취급하는 이백화점에 손님이 올것인가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주차난으로 주차장증설공사를 고려해야할 정도다. 백화점진입 차량행렬로 부근 교통이 마비되기 일쑤다. 구정 연휴에도 이백화점만은 붐볐다. "중국 최대명절인 구정기간(1월21일~2월5일)중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구입해간 상품이 전체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합니다" 요백삼 판매담당 주임의 말이다. 아동코너인 2층엔 "작은 황제"들로 가득차 있다. 작은 황제란 중국인 자녀들의 별칭. 중국당국이 한자녀갖기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독생자녀의 탄생은 곧 태양을 의미한다. 이 태양은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등 6명의 신하를 거느린 작은 황제다. 요주임은 과거 "중국엔 황제가 한사람 있었으나 지금은 각 가정마다 작은 황제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 가정들은 이 황제를 위해 수입의 절반을 쏟아붓고 있지요"라고 지적한다. 아동용품시장은 그만큼 불티나는 시장인 것이다. 없어서 못판다. 중국제품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수입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주문리스트가 빽빽히 차있다. 연사백화점 2층 아동복코너에 자리잡은 한국아동복판매점도 예외는 아니다. 동양적 패션감각에 익숙한 중국부모들의 눈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브렌드를 보면 서울의 고급상품이 아닌데도 말이다. 값도 서울값보다 훨씬 비싸다. 그런데도 날개돋힌듯 팔려나가고 있다. 이백화점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고려당의 케이크류는 만들어 놓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 지하슈퍼마켓엔 롯데 오리온 해태의 과자와 사탕이 중국 어린이들의 최고 간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엔 2억명의 아동이 있다. 거기에 청소년층까지 계산하면 더욱 많다. 세계 최대의 아동용품시장이란 평가가 나올만 하다. 미존슨&존슨사는 앞으로 5년내 중국아동용품시장규모가 연 1천2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존슨&존슨사는 중국 아동용품시장을 겨냥,중국실정에 맞게 갓난아기용 세척제에서 아동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동용품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어린이들의 입맛을 길들여 놔야 커서도 찾는다는 상술로 가격도 대폭할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국내 아동용 상품들의 값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어린이 자전거 한대값이 평균 5백40인민폐(한화 5만4천원)로 성인용 자전거값과 같다. 유아용 흔들이 침대가격은 3백80인민폐(3만8천원)로 성인용 침대가격의 3분의 1이다. 아동용 카세트테이프나 아동용 도서의 가격은 모두 성인용보다 비싸다. 완구의 경우 5만~6만원하는 레고 장난감이 쉽게 팔리고 있다. 중국의 작은 황제들을 위해서 신종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교통사고방지를 위해 학교통학 전담,학교당번및 청소당번대행기관등 상상을 초월한 중국식 신업종이 탄생하고 있다. 중국의 아동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