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해외) 올봄 거리엔 '분홍 바람' 분다..깔끔한 멋

분홍색 바람이 불고 있다. 95년봄 세계 여성패션계에는 짙고 옅은 분홍색바람이 한바탕 몰아칠 전망이다. 최근 몇년간 봄패션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분홍색이 유럽과 미국등 세계 유명디자이너들의 95춘하컬렉션은 물론 실제제품에서 대표적인 색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홍과 검정색의 조화는 상식의 틀을 넘는 올봄패션의 최대이슈. 샤넬.이작 미즈라이 등의 디자이너는 선명한 "꽃분홍색"을 이번 시즌의 테마색으로 내세웠다. 샤넬이 내놓은 95년봄의 대표적인 상품은 분홍색재킷의 니트투피스. 재킷과 브로치.벨트를 모두 분홍색으로 조화시킨 정장이다. 브로치와 벨트는 큼직한 꽃무늬. 검정색의 스웨터와 팬츠를 곁들인 것은 상식적인 색상매치스타일을 한단계뛰어넘고 있다. 이작 미즈라이는 분홍색예찬론과 함께 분홍색시리즈를 내놓은 이번 시즌의 "분홍색 전도사". 돌체&가바나,제니등도 연분홍 팬츠수트를 내놓았다. 이 또한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렵던 일. 투피스라면 모를까 팬츠수트의 등장은 패션의 세계가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분홍색은 서구에서도 본래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나약한 신데렐라컴플렉스환자들의 상징색이었다. 하이힐.그물망스타킹.코르셋등과 함께 의존적이고 비현실적인 여성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여성의 사회진출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여성스러움과 씩씩함.결단력등은 더이상 반의어로 여겨지지 않게 됐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도 60.70년대식의 전투적인 "우먼리브"식 전사가 아니며 여성 또한 자신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는 한 이같은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90년대 여성들은 연분홍수트와 반짝거리는 분홍색구두를 신고도 몸을 아끼지않고 열심히 일한다. 공주병과 분홍색은 무관한 것이다. 하지만 분홍색옷을 입을 때 반드시 명심해야할 점 한가지가 있다. 분홍색옷은 파티복이 아닌한 실루엣이 조금만 늘어져도 어색해 보이기 십상이다. 색깔이 부드러울수록 선은 분명하고 단정한 것이 좋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