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단상] 고베 대지진 특수 .. 이봉후 <도쿄>

고베대지진은 일본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일본전체물량의 30%에 이르는 2백68만TEU(연간)의 컨테이너를 취급해 오던 항만시설이 궤멸상태에 빠졌고 주요공장들도 시설파괴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를 완전정상화하는데는 3년이상의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경우 고베대지진은 일본경제를 불경기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복구를 위한 투자로 피해액을 훨씬 웃도는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지진으로 인한 물적손실액은 6조2천7백억엔. 복구에는 9조4천8백억엔이 소요되고 향후5년간 18조8천억엔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시산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도 올해는 당초전망보다 0.14%포인트 하락한 0.76%에 그치지만 내년의 경우는 예상을 0.57%포인트 웃도는 2.37%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베대지진은 한국경제에도 수출확대등 여러가지 기회를 제공할 것이 틀림없다. 우선 항만시설파괴에 따라 한국의 항구를 이용하는 선박들이 늘고 있다. 고베항을 이용해 오던 컨테이너중 2%가량은 이미 부산항으로 중개거점을 옮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베항의 복구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동해에 인접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부산항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복구수요에 따른 반사이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허가 된 항만시설이나 건물등을 재건하는데는 시멘트 철강등 엄청난 양의 건설기자재가 소요될 수밖에 없다. 수출기회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일본기업들의 생산저하로 한국기업들이 시장셰어를 확대하는 분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신공업지대의 공장들은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오던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등 주요업종산업들이 어디를 막론하고 큰 피해를 입었다. 지진발생후3주일가량이 흘렀지만 언제 조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업들이 많고 조업을 재개한 기업들도 가동률이 떨어져 정상을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피해가 경미한 기업들의 경우도 기반시설붕괴에 따라 제품운송이 늦어지고물류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 틀림없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상당기간에 걸쳐 고베대지진특수를 누리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특수가 일시적인 것에 그치느냐 장기적인 기반강화로 연결되느냐는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