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722) 제3부 정한론 ; 보복의 아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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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는 도로 현관 밖 제자리에 와서 멎었다. 오쿠보는 유리코를 안고 마차에서 내렸다. "자,이제 됐지? 우리 귀염이.아파 다녀올께" 부인이 얼른 딸애를 받아안자,마차를 타는 동안 울음을 그쳤던 유리코는 다시 아빠한테 가려고 몸부림을 치며, "나도 갈 거야. 앙. 앙." 또 울음을 내뽑는 것이 아닌가. "허,그것 참,이애가 오늘 아침은 왜 이러지?" 이제 오쿠보도 더는 어떻게 해보질 못하겠는 듯 얼른 돌아서 훌떡 마차에 뛰어올라 버렸다. 곧 마차는 출발했다. "앙. 앙. 아빠. 나도 갈 거야. 갈 거야." 악을 쓰듯 유리코가 울부짖자,부인은 그만 화가 나서 찰그락 볼때기를 한대 때려 주었다. "앙. 앙. 아빠." 가물가물 멀어져 가는 딸애의 울음소리에 마차 안의 오쿠보는 핑 눈물이 어리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애 우는 소리에 눈물이 어리다니,이거 나도 오는 아침 이상하군,싶으며 오쿠보는, "어험!" 크게 헛기침을 한번 내뱉었다. 그날은 메이지 천황의 거소인 아카사카 어소(적판어소)에 있는 궁내성(궁내성)에서 아침부터 각료회의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오쿠보는 회의에 관한 서류를 훑어보며 마차에 흔들려 가고 있었다. 마차가 기오미(기미정) 고개 근처의 시미즈다니(청수곡)라는 곳에 이르렀다. 숲 속에 드문드문 큰 저택들이 있는 한적한 곳이었다. 길 한쪽에 웬 젊은 사내 둘이가 꽃다발을 들고 나란히 서있었다. 꽃을 파는 사내들 같기도 했고,오쿠보를 환영하기 위해서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마차는 경쾌한 바퀴 소리를 내며 그 두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마부와 경호원 한 사람이 마차 앞쪽에 타고 있었는데,그들의 시선이 자연히 그 두 꽃을 든 사내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경호원은 저게 뭔가 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바짝 경계를 했다. 약차하면 허리에 찬 육혈포를 뽑아들 자세였다. "이 꽃을 오쿠보 각하께 드립니다" "받아 주십시오." 두 사내는 손에 쥔 꽃바달을 내밀며 마차 앞을 가로막듯이 다가섰다. "이게 무슨 짓이야? 썩 비키지 못할까!" 경호원이 냅다 호통을 쳤다. 그때였다. 반대편은 숲이었는데,그 나무 그늘에서 칼을 빼는 네 사람의 자객이 비호같이 튀어나와 마차를 덮쳤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