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양국 모두 손해'..15일 재개 미-중협상 어떻게 될까

미국과 중국은 15일부터 북경에서 지적재산권보호문제를 놓고 최종 담판에들어간다. 양국은 통상마찰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지난 20개월동안 21차례나 만나 타협점을 모색했으나 그때마다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마라톤협상에 지친 미국은 지난 4일 무역보복을 다짐했고 자존심 강한 중국도 이에 맞보복조치로 응수했다. 초유의 무역전쟁이 예고된 셈이다. 미국과 중국은 그러나 지난7일 보복관세부과유예시한인 26일까지 마지막 대화노력을 기울이기로 전격 합의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양국무역실무대표들은 15일부터 북경에서 각자의 입장을 수정한 복안을 갖고 협상테이블에 임할 예정이나 타결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다만 목전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무역보복을 실행에 옮기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다소 우세한 상태이다. 무역전쟁이 전면화될 경우 양국 모두 정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 이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은 21세기 최대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시장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해야함은 물론 통상마찰로 빚어지는 양국간 정치적 긴장은 핵확산방지전략과 동북아안정을 포함한 국제질서유지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뻔하다. 또한 유럽과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중국시장을 파고들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중국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최대수출시장인 미국을 놓칠수없다. 중국은 지난해 10월말 현재 3백24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78억달러어치를 수입, 2백46억달러의 대미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현실적 이유로 이번 북경협상이 26일 이전에 타결될 것이라고 통상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중간 중계무역과 중국본토투자가 많아 무역전쟁이 일어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등 동남아국가들 조차 이번 미.중통상마찰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과거 양국간 협상전례때문이다. 지난번에도 양국은 대중최혜국대우연장문제와 중국의 대미섬유수출쿼터위반문제등으로 이번처럼 상호무역보복조치를 발표하는등 파국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나 모두다 무역제재가 실행에 옮겨지기전에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해 사태를 매듭지었다. 이번 미.중사태가 쉽게 결말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비관적 시각도 있다. 중국의 입장이 과거와 달리 강경한데다 미국내 대중제재여론도 만만치않기때문이다. 중국이 강성기류를 띠게된데는 감정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 미국의 방해로 WTO가입이 좌절됐을뿐아니라 인권문제제기로 심기가 불편한상태이다. 중국의 강경태도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 9일 당초 미국으로부터 수입키로 했던 63만t의 옥수수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한편 미국측이 비이성적인 요구를 철회하지않는한 타결이 힘들 것이라고 밝히는등 전의를 다지고 있다. 중국의 이런 완강한 입장은 협상과정에 그대로 반영돼 지난달 28일 결렬된미.중무역협상은 한치의 양보없이 경직된 분위기로 일관됐다. 콤팩트 디스크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영화등의 상품을 해적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9개의 불법생산업체를 폐쇄해줄 것을 중국측에 요구했지만 중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국대표는 그동안 지적재산권보호를 위한 규제법안을 개정하고 단속을 벌이는등 할만큼했다고 버텼다. 클린턴미행정부도 이번만은 중국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를 무시할수 없는 처지이다. 미업계는 행정부가 통상협상에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해 지적재산권협상타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역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가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로켓합작사업을 승인하는가 하면 지난 1월부터 일부품목의 관세를 오히려 낮추는등 이중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양국의 협상분위기는 이러한 강경입장에도 불구, 무르익고 있다. 미국은 이번 북경협상에 앞서 미타결부분에 대한 수정안을 중국측에 제시하는등 사전정지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도 이번 북경협상에서 상당한 성의표시를 할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