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단상] 중국식 돈벌이 .. 최필규 <북경>

중국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어느나라에건 수집가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중국엔 독특한 수집광들이 있다. 바로 양표수집가들이다. 양표란 식량배급표를 말한다. 중국정부가 양표제도를 전폐한 것은 지난해 7월. 이제도가 없어진지 1년도 채되지 않았는데 그동안 수집열풍이 불어, 현재 양표수집광이 5백만명이나 된다. 북경에 살고있는 중학교 국어교사인 엽령(48)씨도 양표 수집가다. 양표의 사용회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10년전부터 수집을 시작, 3백점이상의 귀중한 양표를 모았다. "양표수집은 우표보다 종류가 훨씬 많은 것이 매력이다. 발행장소가 다양하고 상품마다 양표가 있기 때문이다. 식량부족이 심각했던 지난 60년대초 양표는 돈이상으로 귀중한 것이어서 디자인도 아름다운 것이 많다. 양표는 해방이후의 중국 역사이기도 하다" 양표가 중국인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는 이유이다. 이전의 계획경제하에선 돈이 있어도 양표가 없으면 식량을 사지 못했다. 배급제는 청대, 중화민국시대에도 존재했으나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배급제가 실시된 것은 49년 신중국정부수립때 부터다. 북경에선 매주 일요일 양표동호인들이 모여 집회를 가지고 품평과 경매회를열고 있다. 이들은 양표수집 미니커뮤니케이션지를 만들어 전문지식을 넓히는가 하면 전국동호인들과 교류회를 열기도 한다. 양표는 우표와 마찬가지로 유통이 적고 오해된 것일수록 가격이 높다. 1만~2만인민폐(한화 1백만원~2백만원)를 호가하는 것도 허다하다. 지난54년도 하북작발행 양표는 3만인민폐(한화 3백만원)를 주고도 구입할수없다. 중국인의 평균수입으로는 평생을 가도 살수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양표가 중국내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엔 부자가 많다. 이들 부자들의 최신유행취미가 무엇인지를 남보다 먼저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돈방석"에 앉는 첩경이다. 잽싼 홍콩인들은 벌써 중국전역을 뒤지며 양표구하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