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교통범칙금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한비자(BC?~BC233)는 신불해, 상 에 이어 법가의 사상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그의 저작중에 그의 사상을 말해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전국시대 한나라의 소후가 술에 취하여 잠시 잠들었었다. 곁에 있던 관역이 옷을 소후몸위에 덮어 주었다. 소후가 눈을 뜨자 옷이 덮혀져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좌우의 신하에게 "누가 옷을 덮어주었느냐"고 물었다. 신하들이 "관역"이라고 대답하자 소후는 관역과 의복담당자를 모두 처벌하였다. 소후가 의복담당자를 벌한 것은 그가 직무를 태만하여 소후의 몸에 옷을 덮어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관역은 타인의 직무를 범하는 월권행위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소후라고 잠들었을때 자기건강을 위해 신경을 써준 관역이 싫었을 리가없다. 그러나 법의 위령을 지키는 것이 그 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라고 한비자는 설명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교통사정과 서비스수준이 세계 30개 대도시중에서 24위와 27위라 한다. 지난 1월 교통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중요도시 교통순위"에 따르면스톡홀름이 가장 교통환경이 좋았고 2위는 워싱턴, 3위는 파리, 4위 런던에, 5위 뉴욕의 순이었고 서울 부산보다 교통사정이 못한 도시는 북경과 상해 방콕등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교통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수는 계속 늘고 있다. 경찰청에 의하면 작년 10월현재 교통사고 발생은 모두 21만9,541건으로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0.7%가 증가하였다. 이는 하루 평균 731건으로 92년의 704건, 93년의 714건에 비하면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교통사고 사망자중 보행자 사망사고는 3,581명으로 전체의 43.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14.6%) 프랑스(15.1%) 일본(21%)보다 2~3배나높은 것이다. 그리고 사망자의 법규위반 실태는 안전운전 불이행이 가장 많았고 중앙선침범, 과속, 안전거리 미확보, 음주, 무면허운전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는 교통규칙을 위반하였을때 부과되는 범칙금 액수를 지난 1월의 입법예고보다 인상폭을 낮추고 부과체계를 단순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확정하였다. 교통범칙금을 인상한 것은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위령이 서는 일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