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맥 못추는 증시 배경과 대책

증시가 자생력을 잃은채 비틀거리고 있다. 주말인 지난 18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6월중순이후 8개월만에 처음으로 900선아래인 895까지 떨어졌다가 막판 반발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0.78포인트 빠진 909.44로 마감됐다. 이날도 주식거래량이 1,494만주에 머무는등 최근 거래량이 계속 2,000만주 안팎에 그쳐 크게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증시장세를 기본적으로 결정짓는 경기흐름이 확장국면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말 이후 주가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고금리추세가 당분간 계속될수 밖에 없다는 전망때문이며 여기에 잇따른 악재로 위축될대로 위축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콜금리와 당좌대출금리가 14%대를 유지하는등 단기금리는 안정되었으나 CD(3개월물)금리가 17%선에 육박하고있고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이 15.3%에 머무는등 중장기금리는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경기과열을 걱정한 정책당국이 경기진정방안을 검토함에 따라 당분간은 중장기금리가 지금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최근 총통화증가율이 18~19%를 넘나들 정도로 돈이 많이 풀렸음에도불구하고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통화지표왜곡,금융및 부동산실명제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경기의 양극화현상및 자금흐름의 왜곡을 꼽을수 있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등의 수출호조와 제지등 일부 내수업종의 호황을 빼면 많은 업종이 호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벌어들인 돈도 대기업들이 의욕적인 설비투자를 추진함에 따라 다른 부문으로 갈 여유가 없다. 게다가 가계부문의 여유자금은 공모주예치금등에 몰려있는 바람에 통화수위만 높을뿐 돈이 돌지를 못하고 있다. 또한가지는 등소평사망설,국제금융시장불안,최근 돌출된 정부와 재계의 불화설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내 금리가 잇따라 인상되고 달러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주가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는등 국제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하겠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우선 지난해 증시과열방지를 위해 가했던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한편 재정지출을 가능한한 억제해야 할것이다. 기업들도 지나친 확장경영을 자제하고 돌발적인 악재출현에 대비하는등 위기관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또하나 지금은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쳐 앞일에 대비할 때이지 서로 다툴 상황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