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독립안] '미흡한 독립...통화관리 어려워'..각계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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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은독립과 금융감독기관 통폐합 발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은의 완전한독립이 아닌 절름발이 독립에 불과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이 많았다. 그러나 일부는 부분적인 보완을 전제로 정부안을 찬성하기도 했다. 이필상교수(고려대 경영대) =금융통화위원회를 일종의 행정위원회로 간주하고 행정위 산하에 한국은행을 집행부로 두겠다는 정부안은 관치금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한마디로 개악이다. 한은을 독립시키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통위를 한은 내부의 의결기구로 둬야 한다.그래야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인 통화금융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통화금융정책은 결정 집행과 감독등 3가지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돼 이뤄져야 한다. 은감원을 분리통합하겠다는 것은 한은의 기능을 공중분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에서 은감원을 떼어낸다면 감독권한이 없어진 한은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은감원은 지금처럼 한은내부에 둬야 한다. 금융감독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업종별로 따로 둬서 자율성과 독자성을 보장하는 게 금융자율화 원칙에도 부합된다. 이근식교수(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금통위 의장을 한은총재가 겸임하는 건 찬성한다. 그러나 한은총재와 금통위 위원들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얻어야 한다.그래야 정치적인 객관성를 보장하고 임기도 보장될 수 있다. 정부에서 마음에 안든다고 하루아침에 해임시키는 건 통화정책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은감원을 한은에서 분리하는 건 반대한다.금융기관에 감독권이 없으면 통화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화금융정책의 결정 집행 감독등 3개 기능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감독권이 없는 중앙은행은 절름발이 중앙은행에 불과하다. 정부안은 한은의 정부내 재무부로부터의 독립에 불과하다.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이 실질적인 독립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하는 국회동의 절차가 필수적이다. 최범수(KDI연구위원) =금통위가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권을 갖고 그 의장이 당연직으로 한은총재를 맡게 된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감독원을 한은에서 떼어낸 것은 은행들이 한은에 과연 제대로 협조하겠느냐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금융감독권은 최종적으로 재무성에 있고 연준리(FRB)가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재경원과 한은,금융감독위원회간의 활발한 인사교류만 있다면 한은의 통화정책이 "종이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제까지 한은은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금리수준을 유도하기 보다는 "행정지도"라는 안이한 수단을 남용한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이번 법개정으로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