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0.9cm 미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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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장수수집광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끄는 기서들이 많다. 사람의 피부나 짐승의 가죽을 말려 장정을 하거나 사람을 피로 글씨를 써놓은 것이 있는가 하면 책 본래의 요건은 갖추었으되 사람들이 그 내용을 전혀 해독해 낼수 없는 암호로 표기해 놓거나 육안으로 읽어갈수 없게 극소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있다. 가장 불가사의한 책은 미국 에밀대학의 바이네키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보이닉 필사본"이다. 1912년 뉴욕의 서적상인 윌프레드 보이닉이 이탈리아의 프라스키티에 있는 예수회재단 소속의 몬드라곤대학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아내 미국으로 가져온 뒤 어떤 언어학자나 암호해독가도 그 내용을 밝혀내지 못한 문지로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 필사본은 가로 14.6cm,세로 21.6cm크기의 고급피지로 된 200페이지 분량으로서 세상사람들이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암호로 휘갈겨 써있고 식물 여성 별자리를 나타내는 삽화가 곁들여져 있다. 이 필사본의 책갈피에는 오래된 편지 한통이 끼어 있어 그 전래경로를 짐작케 해 주고 있을 뿐이다. 이 편지는 1666년 프라하대학의 총장으로서 과학자였던 마르쿠스 마르키가 당시 저명한 학자였던 아타나시우스 키르커에게 이 필사본과 함께 보낸 것이었다. 그 편지에는 마라키가 전해 들은 몇가지 소문이 적혀 있다. 1612년 세상을 떠난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루돌프2세가 이 책을 소유한 적이 있었고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으로서 유명한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로저 베이컨이라는 것이다. 그뒤 많은 관련전문가들이 이 필사본의 불가사의를 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오늘날까지도 베일에 쌓여져 있을뿐이다. 책의 형태는 갖추고 있으나 책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게 이 필사본이다. 그에 버금하는 것이 앙징스럽게 만들어진 극소형의 "미니북"이다. 가로 세로의 크기가 몇 에 불과해 그 안에 수록된 내용을 눈으로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깨알같은 글자들을 확대경을 들이대고 읽어간다하더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 본적의 의미를 갖지 못한 미니북이야말로 장서수집광을 비론한 호책가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세계출판게는 더욱더 작은 책을 만들어 내는데 앞을 다투어 왔다. 이번에는 대만에서 세계기록(1985년 영국에서 발행된 가로 세로 1cm크기의 " Old King Cole ")을 깬 0.9cm짜리 초미니북을 내놓아 장서수집광들의 열기를 부추길 것 같다. 우리 출판계로 이에 도전해 봄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