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 쇼크', 자금시장 양면성..세계금융시장 어떻게 될까

영국 베어링은행의 파산사태는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생금융시장은 물론 국제금리,주식시장과 채권시장등 거의 모든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것으로 보인다. 우선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간 파생금융시장의 거래가 매우 위축될 것으로 보여진다. 앞으로 기업이나 금융기관 일반개인투자자들은 수익률은 높지만 그만큼 위험이 큰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에 보다 신중을 기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위험 회피라는 파생금융상품의 기본성격에서 벗어나 차익만을 노리는 투기거래가 전체 파생금융상품거래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안전위주의 매우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울 것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국제결제은행(BIS)과 각국 중앙은행들이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파생금융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제 막 파생금융시장을 개설했거나 개설할 예정인 아시아의 파생금융시장의 위축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베어링은행이 투자했던 일본 오사카및 도쿄증시의 주가지수선물시장을 필두로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파생금융시장은 당분간 부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또 파생금융시장 개설을 준비중인 태국등 다른 아시아증시경우 시장개설계획을 재고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세계 파생금융상품거래액은 연간 12조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내총생산(GDP)의 2배나 되고 전세계 경제규모의 약 40%에 해당한다. 베어링은행사건으로 국제금리움직임이 달라질 올것이라는 전망은 파생금융시장이 위축될것이라는 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이다. 세계주식시장은 베어링사건으로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들어 졌고 그에따라 기업들은 침체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기가어려워지게 됐다. 그결과 기업들의 은행차입비중이 높아지게 돼 실세금리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기업의 은행자금의존도가 높아짐으로써 세계적인 자금경색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시장실세금리의 상승압력과 세계자금경색심화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금융당국은 지금까지의 공공금리 인상정책을 중단하고 금리인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지난해 초부터 지속적을 오르고 있는 국제금리가 앞으로는 하향안정세로 나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베어링사태가 증시침체및 국제환율불안이라는 부정적인 영향도 주지만 국제금리의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영향도 줄수 있는 것이다. 베어링사태는 금융시장투자방향에도 큰 변화를 줄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줄임과 동시에 주식투자 비중도 줄이고 그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상품인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채권은 파생금융상품이나 주식과는 달리 확실한 고정수입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이라는 특성을 갖고있다. 수익률이 낮다는 단점은 있지만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채권투자의 장점이 이번 베어링사태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베어링은행의 파산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국제환율이 요동을 쳤던 지난 27일미국채값은 오히려 올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날 30년만기의 액면가 1천달러짜리 미재무부채권가격은 약 7.5달러 올랐다. 결국 베어링은행의 파생금융상품투자실패는 세계주식시장과 파생금융시장의위축을 초래하겠지만 상승기조에 있는 국제금리를 안정시킬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