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신엔고..정부.기업 새전략 짜야한다

유럽을 순방중인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주말 독일의 수도 본에서 수행중인 우리 기업계 리더들과 자리를 함께 한 기회에 "무역을 늘리고 선진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기업과 정부가 합심하고 협력토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바 있다. 때마침 우리는 신엔고라는 새로운 사태발전에 들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 외환시장 불안과 국제통화금융위기 위험까지를 염려하고 있고 엔고자체도 득실 계산과 평가가 구구하지만 그것은 일단 우리 경제에 득보다 실이 크고 또 최대한 득이 되게할 전략을 서둘러 짜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세일즈외교"로 설명되는 이번 유럽순방기간중에 김대통령이 새삼 강조한 정부.기업의 협력을 신엔고전략을 통해 우선적으로 구체화하고 실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우선 우리는 다양한 국가가 어우러져 선진대열에 함께 서있는 유럽에서 우리의 대통령과 경제지도자들이 "동아시아의 장래"를 생각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구상해줄 것을 기대한다. 세계화 경제외교로 우리가 세계경제의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선진국.경쟁국.후발국이 함께 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먼저 우리 한국에 기대되는 것이 무엇이며,이를 위해 어떻게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고 어떤 실행계획과 의지가 요구되는지를 설명해 줄 것을 기대한다. 지금 일본은 지진복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본기업은 엔고 가속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이 일본경제를 바로 알고 일본기업을 도와서 어떻게 동아시아 성장경제권의 동반자가 될수 있는지를 우리가 먼저 일본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경제를 바로 알아야 한다. 일본 경젱력의 실체는 가격경쟁력이 아니다. 한 번 써본 사람은 다른 어떤 제품으로도 만족할수 없는 품질,유용성,만족감을 주는 비가격경쟁력이며 지불한 돈에 상응하는 서비스는 꼭 보장해주는 철저한 장삿속이다. 꼼꼼하게 적어두고 새롭게 엮어내는 정보의 조직력 또한 일본식 경영의 혁신원천이다. 엔고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일본은 분명 경제성장의 기적을 창출하였고 이를 성공시킨 철저한 "주식회사"였다. 지난85년 이후 달러당 240엔 전후였던 엔화의 대달러환율,즉 엔화가치가 120엔선으로 오른뒤 일본 기업들은 수출의 어려움을 감량.합리화 경영과 기술고도화로 대처하면서 엔고를 이용한 해외투자와 진출을 본격화하여 세계제일의 금융채권국이 되었고 세계화된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지난 93년초부터 본격화된 신엔고가 이제 달러당 90엔에 접근했는데 연간 1,500억달러규모의 무역흑자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 40년간 일본은 엔화가치를 3배로 높이면서 흑자를 내고 개인소득을 미국보다도 높였는데 우리는 왜 원화가치를 20분의 1로 폭락시키면서도 수출이 그렇게 어려웠고 올라간 소득은 더 올라간 물가로 실질소득이 오랫동안 제자리 걸음을 했는지 깊이 반성하고 신엔고가 우리에게 줄 이익을 기뻐하기전에 지금의 엔고는 금세기가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한국경제 도약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일본경제의 경쟁력실체를 우리가 바로 안다면 한국기업과 정부의 신엔고 대응전략은 너무도 명백하다. 엔고탈출 일본기업을 우리 땅으로 적극 유치하고 엔고를 버텨내는 일본기업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신엔고는 적어도 미.일 무역수지격차가 상당히 줄어들 때까지 계속될 것이고, 엔고의 지속이 구매력평가에 의한 균형환율을 이탈해 있더라도 경영혁신과 신제품개발이 지속되고 국제화되어 있는 해외생산기지로 부터의역수입이 해외 일본자산과 기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한 일본은 현재의 정책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상품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수준이며 일본기업의 경영방식이 적응력높은 배움의 조직으로 남아 있는 한 엔화급등으로 인한 경쟁력약화는 일본기업의 해외진출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엔고 때문에 일본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일본기업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과거 80년대말 우리가 "잠깐 흑자"를 가졌을 때 우리기업과 정부의 냉대때문에 동남아와 중국으로 떠나간 일본기업의 제품이 선진국시장에서 우리를 얼마나 어렵게 해왔는가를 생각한다면 다시는 그러한 어리석음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신엔고시대에 우리기업이 선진국의 기술과 후발국의 가격에 다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이전이 촉진되고 고용이 창출되어 소득이 는다면 엔고탈출 일본기업을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서 적극 유치해야 한다. 경제인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경쟁과 협력관계가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경제원칙아래 공정히 이루어진다면 정부는 기업활동에 관한 한 국적에 따른 차별을 없애야 한다. 일본기업의 국내유치는 새로운 정부.기업 협력관계의 시험대다. 동시에 그것은 신엔고를 우리경제의 획기적 체질개선과 새 도약대를 구축할 정부와 경제계의 신전략에 중요한 일부가 돼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