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호황속 어음부도율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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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월중 통화동향"에 따르면 이같은 어음부도율은 이철희.장영자 사건때의 0.29%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이며 특히 덕산그룹이 부도를 낸 2월말부터 어음부도율이 급등하고 있다. 덕산그룹의 부도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광주나 청주지역의 어음부도율이 최고 3.94%까지 치솟은 것은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덕산그룹이 부도를 낸 날이 지난달 27일이고 보면 서울지역의 어음부도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왜 이렇게 어음부도율이 높은지에 대한 설명은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다. 수표발행수수료 때문에 자기앞수표의 발행이 줄었다는 기술적인 요인도 있고 지난해 경기호황에 힘입어 창업이 활발했으나 지난해말부터 금리상승과 시중자금난이 겹치면서 상당수의 신설 기업들이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는 시각도 있다. 1월말에 설연휴가 끼여 어음부도발생이 2월로 이월됐다는 점도 있고 1월에 풀린 설자금이 2월에 환수되면서 어음부도율이 높아진 요인도 있다. 이밖에도 경기확장국면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기양극화 현상때문에 내수업종이나 경공업부문 그리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자금회전에 애를 먹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위험부담을 꺼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피하고 있는 것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이번 덕산그룹의 부도사태로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질수 있다. 문제는 일시적 기술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기양극화와 금융기관의 중소기업기피라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당국이 통화관리를 신축적으로 하고 3월중 총통화증가율을 18%로 잡을 경우 1조7,000억원의 자금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은 사태악화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중소기업대책이 가짓수만 많고 겉만 요란할 뿐 실속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아야 하며 사채를 포함한 자금시장에 충격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어음 할인시장이 흔들리고 사채시장이 얼어 붙으면 웬만한 중소기업들은 부도사태에 몰리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해외금융과 직접금융의 활성화로 대기업의 값싼 자금을 이용할수 있게 하는 한편 거래에 따른 이른바 진성어음이 낮은 할인율로 쉽게 유통될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