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국내 제반분야의 세계화 (15) .. 박승록

박승록 [[[ 사법의 세계화 (상) ]]] 세계화란 "전가의 보도"가 우리사회를 흔든지도 어언 수개월, 불똥은 이제 법조계로 튀어 사법의 세계화가 당면과제가 되었다. 관존민비의 전통속에 우리 국민의 뇌리 속에는 "급제한 이도령"의 어사화가출세의 지름길이자, 춘양모의 문전박대를 피할수 있는 길임이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건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건 신림동 고시촌이나구석진 도서관 혹은 산사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희망속에 수척한 자신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구나 새파란 젊은 법관에게 "영감님"이란 어울리지 않는 호칭을 붙이는데도 우리는 전혀 생소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고사 수석합격자에 대한 신문방송의 인터뷰를 보면 "법대를 가서 훌륭한 법관이 되어 불쌍한 사람을 돕겠다"는 한결같은 말이다. 수많은 수재들이 정작 그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기보다는 판검사가 되기를 원하고 또 이것이 권력과 돈과 명예를 가질수 있는 첩경이었기에우리사회의 건전성이 그동안 파괴되었던 것이었다. 사법의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법률가의 공급은 이조시대 관리등용방식에 머물고 있는 반면,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발달된 현대사회의 재화나 용역에 대한 수요와 유사하다는데 기인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경제문제관련 법률서비스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커지는데 비해 법률가의 공급은 소위 "고시"라는 암기위주의 낡은 제도에 머물러 있어 다양해진 법률 서비스공급기능이 저하되었다. 채용방법도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자격을 주는 자격시험이 아니라 일정한 인원을 할당하여 선발하는 전형적인 이권단체의 그것과 다름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동의 복잡성과 대외개방은 법률규정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기업의 경제활동이나 국민 개개인의 생활을 보다 전문적인 법률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하였다. 이런 변화는 기존 법률가들이 주장하듯 법률만능주의 소송만능주의라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 것이라기 보다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법조계가 최근까지 그들의 철옹성에 안주하고 있을때 법률이 다루어야 할 영역은 엄청나게 커졌다. 특히 경제관련 법률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경제행위의 법률적인 해석 뿐만아니라 경제주체의 경제행위를 사회후생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이를 법률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학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불행히도 우리의 법관채용시험에는 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요구하고 있지않다. 경제관련 법률 서비스의 광범위한 수요확산은 미국의 경우 소위 "법경제"란새로운 학문분야를 태동시키고 있으며 어떤 소송건의 경우 변호사 수임료의 3분의2가 법경제학자에게 지불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특정사안의 위법성여부판정에 회귀분석이라는 통계기법이 응용되기도 한다. 사법의 세계화에 있어서 핵심은 이런 우리 법조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가를 양산함으로써 양질의 법률서비스의 공급경쟁체제를 유도하는데 있다. 한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 법률가의 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수 있으나시장경제원리는 법률서비스시장에서의 수요과 공급에 관한 합리적인 방안을제시하는데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