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화제] 분규도산업체 사원들 회사 설립...1년만에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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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등의 영향으로 도산한 회사의 노조원들이 창업,1년여만에 흑자를 낸 업체가 있다. 구미공단내에서 냉장고 에어콘용 동모세관을 생산하는 태성전기(대표 신국수)가 바로 그곳이다. 태성은 지난 93년 폐업한 거성전기의 노조원 1백여명중 27명이 힘을 합쳐 새마음 새출발의 각오로 설립한 "노조회사". 지난 81년이후 탄탄한 성장을 지속하던 거성은 88년 민주화 물결을 타고 출범한 노조와 회사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경영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고 급기야 92년1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돼 이내 폐업하고 말았다. 법정관리 신청 4개월전인 그해 8월 새 노조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전조합원이 구사운동에 나섰으나 허사였다. 노조에서 생산성배가운동을 벌이고 연말상여금 6천만원과 다음해 상여금 6억3천만원의 반환운동을 전개하는등 눈물겨운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미 회사가 회생가능성을 상실한 뒤였다. 93년 7월 거성이 문을 닫자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된 노조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가운데 27명의 노조원들은 강성노동운동의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그야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한번 일해보자"는 각오로 같은해 8월 자본금 1억원규모의 "태성"을 출범시켰다. 사장은 거성시절 차장급이었던 신국수씨가 맡았고 사원은 전재휘 당시 노조위원장등 노조활동에 열성을 보였던 사람들이 주축을 이뤘다. 신사장은 취임직후 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중대한 결의를 했다. 당기순이익중 3분의1은 근로자상여금,3분의1은 주주배당, 나머지 3분의1은 시설개체등을 위해 적립할 것을 약속했다. 종업원회사로 만들겠다며 전종업원들에게 1%씩의 주식을 분배했다. 경영 인사문제에서부터 각종 경비지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조직을 수평화해 권위의식을 없앴다. 사장이 직접 나서 청소등 허드렛일을 했으며 근로자들도 정해진 퇴근시간없이 알아서 잔업을 했다. 전재휘씨는 "노사구분이 없으니 굳이 노조를 만들 필요도 없게됐다"고 말했다. 회사의 영업은 급신장했다. 지난해 33명의 직원으로 38억원의 매출실적을올리면서 흑자를 기록했다. 태성은 지난해 4월 보너스외 성과급 1백%를 별도로 지급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상반기분 성과급 1백%를 추가로 지급했다. 올해 상반기중에도 사원들에게 1백%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결과가 있기까지 사원들의 노고는 컸다. 불량률제로화운동,극기등반,"개선의 선봉자교육"등 생산성제고운동과 의식재무장훈련에 전종업원이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새롭게 탄생한 "노조회사"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삼성전자 LG전자등 이회사로부터 납품받는 대기업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수출시장도 새로 뚫어 매출의 15%정도를 중국 이집트등지로 내보내고 있다. 공급능력이 달리자 회사측은 지난달 전남 담양에 10억원을 들여 제2공장을 착공, 오는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지난 2개월의 실적으로 보아 올해 55억원 매출목표도 초과달성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있다. 신사장은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온정성으로 일한 끝에 오늘의 성과를 낳았다"며 이분야 국내최대메이커임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최고가 되기위해 애쓸 것을 다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