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전자 노사대표 .. '노사불이'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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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노사불이 신문화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회사 노사대표 2백여명은 이날 초봄 단비가 내리는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산업평화성화 봉송식을 서울과 이천에서 치러냈다. 경기도 이천군 부발읍 아미리 33만평 대지위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전자는 사원들은 위한 문화 복지시설이 특히 잘 갖춰져 구소련과 중국등 공산권국가 방문객들이 "근로자의 파라다이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사업장이다. 83년 회사창립 87년 노조설립 이래 분규라곤 한번도 없었던 이 회사가 이날 항구적 산업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사적 결의대회를 가진 것이다. 이회사 김주용사장과 김영철노조위원장을 만나 노사협력의 비결과 새로운 노사관계발전방안을 들어봤다. -"노사불이 신문화 결의대회"를 치르게된 계기는. 김위원장=민주화의 거센 물결을 이겨내고 우리회사 노사는 산업평화의 뿌리를 내렸다. 그 열매와 꽃을 노사신문화 운동으로 거두고 싶었다. 노사대립적 관계를 상호협조적 관계로 전환시킨데서 한걸음 더나아가 노사가 각각 책임을 다하는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노조가 발의해 회사측에 건의,노사불이 신문화운동을 전개해왔고 그 결의를 오늘 대회로 다지게 됐다. 김사장=이번 행사의 공은 전적으로 노조에 있다. 노조집행부의 제의를 받고 너무나 감사했다. 그동안 쌓아온 믿음이 이런 결실을 맺게됐다. 그룹사장단 회의에서 타계열사 사장들로 부터 부러움을 샀다. 같이 동참하겠다는 타계열사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분히 추진하라"고 말릴 정도였다. 우리회사가 당긴 노사화합의 불길이 타계열사와 전국 사업장에 번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장에서의 노사화합이 갖는 의미라면. 김사장=92년1월 현대전자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현대중전기 사장을 역임했다. 울산지역 현대계열사들이 대체로 그렇듯 노사관계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노사관계가 악화되면 경영진은 사고가 두절되고 만다. 바보가 되는 느낌마져 든다. 당장 그만두고 싶기까지 한다. 현대전자에 와서 노사관계에 별도로 신경쓸일이 없어 사장으로서 생산적인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회사 급성장의 비결이 노사화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위원장 =노사화합은 집행부가 회사측에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가들이 대회사 투쟁 보다 노노갈등해결에 더욱 매달리는게 솔직한 현실이다.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오는데 우리 조합에서도 갈등이 많았다. 무려 7천명의 조합원이 같은 생각일 수 있겠는가. 이 결의를 하기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은 후 사내외에서 격려가 답지,모든 조합원들이 고무돼 사기가 오르고 있다. -평소 갖고 있는 노사관은. 김사장=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연구소의 박사들도 아니고 회사간부들도 아니다.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생산성향상과 품질제고는 결국 근로자들의 몫이다.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셈이다. 노조는 생산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는 주체적인 조직으로 커가야하고 회사의 지원은 그 전제조건이다. 우리같이 큰 회사에서 기초질서지키기운동 같은 것은 노조가 주도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역사회의 오피니언리더로서 사회봉사 환경보호등 공익적인 일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 노조가 돼야한다. 김위원장=노조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아서는 안된다. 어떤 사안이든 최고경영자를 만나야한다고 고집하는 위원장들도 많다. 그러나 노조위원장이 사장만을 상대하려해서는 그 회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사장은 밖에서 더 큰 대외활동을 해야한다. 사용자는 노조는 회사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집단이다. -결의대회이후 현대전자의 노사관계는 더욱 주목을 받을텐데. 김사장=행사 이후 내부 갈등이 증폭되면 행사가 없었던 것보다도 못하다. 조합원들과 집행부에 더욱 많은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분기별로 해오던 경영정보공개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 단순히 판매 수출실적만 보여주지 않고 영업 생산 품질등에 관한 브리핑을 실시할 것이다. 노조집행간부들에게 국내외 영업체험기회를 주고 각종 사내외 교육에 집행간부들을 강사로 초빙하겠다. 노조사무실을 찾는 노동계 인사도 회사를 찾는 귀빈대우를 해주는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 김위원장=사측과 함께 "생산성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노사가 같이 매주 모여 생산성향상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회사를 최고로 만들고 최고의 대우를 받겠다는 정신이 우리 조합원들 사이에 팽배해있다. 영업사원만이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조합원들의 영업사원화,판촉사원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퇴사자에 대한 배려도 강화 평생직장의 전통을 일궈갈 계획이다. 김사장과 김위원장은 노사관계는 결국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신뢰"가 바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전자와 같은 노사화합 결의와 협력분위기가 전국 사업장에 퍼져갈 것이란 신념도 피력했다. 회사의 밝은 장래가 노사대표의 "한마음"에 깃들어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