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번창하는 미 교도소산업..박영배 <뉴욕 특파원>

"노사문제를 전혀 걱정할 염려가 없습니다.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노동력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임금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쌉니다. 게다가 공장부지도 거져 드립니다" 가히 환상적인 조건이다. 이런 공정입지 조건이라면 노사분규와 가격싸움에 진절머리난 우리 기업들이 군침을 흘릴만도 하다. 그저 이익만 주워 담으면 될 것같은 착각마저 든다. 최근 미국의 몇몇 주는 교도소내의 제조업유치를 위해 이같은 선전문구를 내걸고 열띤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각 주마다 경쟁하듯 온갖 호조건을 제시하며 유치작전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소위 교도소산업인 셈이다. 현재 상스 캐롤라이나를 비롯,네바다 루이지아나등지의 교도소가 공장을 지어 일상용품에서부터 자동차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제품들은 선입견과는 달리 질이 고른데다 가격경쟁력마저 높아 제조업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곳으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콜롬버스 교도소. 주정부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는 이 것에서는 현재 여성용 내의,크리스마스 전구,컴퓨터 케이블,리무진차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성용 내의는 란제리제품이다. 교도소산업은 단어 자체가 주는 부정적 분위기와는 달리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누구든 민간생산업자가 일단 신청을 하면 주정부 교정국에서 심사를 하는데 반사회적인 물품인가를 가겨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이후 주정부는 공장부지 건물 인력등을 모두 제공한다. 공장은 물론 교도소 구내이며 인력은 수감된 죄수들이다. 민간업자는 생산설비와 원자재만을 공급하면 된다. 공장의 임차료는 원칙적으로 무료이며 공장면적은 1천5백평에서 5천평까지 임대가 가능하다. 이곳의 인건비는 시간당 6~8달러로 사회보장세등 일체의 다른 비용은 없다. 미국 제조업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10달러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선 가격경쟁력을 갖출수 있다. 더우기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주는 복지비용등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교도소의 실제임금 수준은 일반생산업체의 2분의1수준에도 못미친다. 또 교도소의 특성상 노무관리는 완벽에 가깝다. 주정부 부담으로 노무관리를 위해 공무원을 현장에 배치하고 기술교육도 대신 실시한다. 전기료도 정부기관의 공급요율을 적용 상업용의 3분의1에서 10분의1수준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생산설비를 도입하면 5년간 분활상환하는 연불금융을 지원하다. 특히 교도소에서 생산하는 제품중 정부조달물자에 해당하는 제품은 연방및 주정부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해 주고 있기도 하다. 수감자가 받는 인건비는 25%가 교정국예산으로 귀속되고,10%는 수감자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가족들에게 돌아간다.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이 수감자몫이다. 이같은 조건은 비단 사우스 캐롤라이나 뿐이 아니고 다른 주도 비슷하다. 요즘에 와서는 다른 여러 주에서도 교도소산업의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주정부 입장에서는 교도소운영예산을 절감할수 있다. 최근들어 마약이다 절도다해서 가뜩이나 교도소 수용인원이 늘어나 예산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교도소산업은 예산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수감자입장에서 보더라도 출감후 그들의 생활기반형성에 도움을 줄수 있고,교정차원에서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교도소산업을 장려하는 주에서는 한국업체들의 참여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 관계자들은 봉제,전자부품및 조립,가구,전기제품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알짜배기장사라고 호언하고 있다. 미국기업들도 이같은 이점을 깨닫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교도소산업에 들어가기에는 문제점들이 많다. 확장을 하지 않을 바에야 기존의 공장을 닫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해고수당등 엄청난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바로 이점을 발목을 자고있다. 미국현지생산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라면 한번쯤 교도소산업을 생각해 봄직하다. 다만 소비자들이 교도소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일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