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아직도 선심행정이라니

세계화를 추진할 만한 수준의 국민이라면 선거에 임박해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 중에서 무엇이 온당한 것이고 무엇이 득표전략용인지 쉽게 가릴수 있는 수준에 와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방행정기관들이 오는 6월의 지자제 4대선거를 앞두고 누가 봐도 뻔한 선심정책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구태의연하다 못해 국민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일부 현직 시장.군수등 일선자치단체장들이 계획에도 없는 각종 민원사업에 예산을 집중 배정하거나 출마 예정자들의 사퇴시한인 이달안으로 대형공사들을 서둘러 발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퇴직예정 동장등을 대상으로 "공로연수"라는 명목의 해외여행과 특별휴가가 주어지는가 하면 하위직 공무원의 무더기 무시험 승진계획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을만큼 많은 선심행정이 곳곳에서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선거철만 되면 정부 여당이 쏟아놓는 갖가지 선심정책들로 하여 국민들은 얼이 빠지기 일쑤였다. 망국병으로 불려지던 땅투기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던것도 정부 여당의 화려한 개발공약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무분별한 지역개발계획이 남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렵게 잡은 땅값을 다시 들먹이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토의 구석구석까지 허황된 개발공약의 폐해가 스며들게 돼있어 각별히 자제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또 전국에서 대형공사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착공된다면 인력난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국가전반에 걸쳐 인력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경제활황으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있는데다 조만간 선거정국이 도래하면 산업현장의 인력이 대거 이탈해 인력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6월부터 시작되는 선거정국이 96년 국회의원선거 97년 대통령선거 등으로 줄줄이 이어져 한번 빠져나간 노동인력이 정치및 선거인력으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럴 경우 특히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받게될 타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각종 병리현상들은 과거에 치러졌던 선거와의 연관성을 젖혀놓고는 설명될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런 판에 이번에도 온갖 선심행정이 난무한다면 우리경제의 기존시책과 제도전반을 손쓰기 어려울만큼 뒤틀리게 할는지도 모른다. 세계화시대에는 "한표"를 호소하는 방법도 마땅히 달라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