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흔들린다 .. 정부 단체수의계약제도 축소

중소기업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달들어 조달청이 정부조달물자구매를 단체수의계약대신 "단체적경쟁입찰"로 바꾸려하고 있고 국방부는 단체수의계약품목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10여개주요 식품류를 일반경쟁입찰로 변경하는등 단체수의계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미 정부가 올해초 단체수의계약품목을 4백96개에서 3백31개로 대폭 축소한데 이어 조달청과 국방부의 일련의 조치에 중소기업들이 크게 동요하고있다. 일부 업종에선 경쟁입찰에 따른 채산성악화와 연쇄도산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정부및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제품을 협동조합을 통해 수의계약형식으로 구매하는 단체수의계약제는 중소기업제품의 판로를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중소기업지원책이다. 지난해 중소기업들은 단체수의계약을 통해 2조7천7백억원어치를 납품했고 이에 참여한 업체는 1백개조합 7천5백여개사에 이르렀다. 정부의 입장=정부가 단체수의계약제를 바꾸려고 있는 것은 세계무역기구출범을 계기로 중소기업기업에 대한 보호막를 벗기고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조달청은 최근 단체수의계약제를 조합이 추천한 3~5개 중소기업이 입찰에 참가하는 단체적경쟁입찰제로 바꾸기로 하고 각 협동조합에 공문을 보냈다. 이는 계약을 맺기 전에 몇개업체를 경쟁시킨뒤 저가낙찰금액으로 조합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저가낙찰업체에게 납품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금액만 확정한뒤 조합이 물량을 배분토록 한다는 것이다. 즉 단체수의계약의 모양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춰 예산을 절감하고 경쟁요소를 도입한다는 뜻이다. 연간 조달청은 1조3천억원어치를 구매하는데 이중 시멘트 레미콘등 연간 단가계약으로 조달하는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이방식을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올초부터 불고기양념 단무지 소시지등 10여종의 주요 식품류 구매를 아예 일반경쟁입찰로 바꿨다. 정부의 단체수의계약품목 지정여부와 관계없이 국방부에선 경쟁입찰로 구매한다는 것. 또 품목을 매년 늘려나갈 계획이다. 국방부는 단체수의계약에 따른 잡음을 제거, 군납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올해초 4백96개이던 단체수의계약품목을 3백15개로 줄였고 이번에 제외된 품목중 공기청정기등 66개품목은 중소기업간 제한경쟁입찰품목으로 전환했다. 단체수의계약에서 해제된 충격에서 어느정도 덜어주기 위해 중소기업만이 참가하는 경쟁입찰로 바꾼 것이다. 기협중앙회및 업계입장=중소업계는 정부의 단체수의계약축소및 구매방식변경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가입과 개방 경쟁체제를 명분으로 단체수계를 축소하고있으나 정작 외국에서 단체수계축소를 요청하는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조달협정가입때도 단체수계는 예외를 인정받을 수있어 통상마찰의 소지를 안고 있는 제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도파문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심각한데 정부가 앞장서 보호막을 벗기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조달청의 구매방식변경에 대해 중소업계는 단체적 경쟁입찰제도입은 우선 법적근거가 없는 제도이라고 반박한다. 또 이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납품권을 주지도 않으면서 해당분야의 업체를 매번 조달청으로 보내 가격만 정하도록하는 우스꽝스런 풍경이 연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조합의 경우 연간 2천7백억원어치의 단체수의계약을 하면서 이중 변압기 무정전전원장치 수배전반등 7백억원어치를 조달청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구매처인 한전이나 한국통신등은 아무런 문제 제기없이 단체수의계약제를 잘이행하고 있는데 유독 조달청만 제도를 바꾸려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의 일반경쟁입찰에 대해서도 중소식품업체의 휴폐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달말과 이달초에 걸쳐 실시된 식품류 일반경쟁입찰에서 일부 기업들이 우선 주문을 따내고 보자는 식으로 입찰에 참여,평균 낙찰단가가 지난해 단가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는등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군납 식품업체는 제품특성상 전방부대 근처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독자적으로 마케팅능력을 갖추지 못해 일반경쟁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문을 닫을수 밖에 없는 기업이 많다. 이연수 조미료조합 이사장은 "경쟁입찰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저가낙찰이 이어지다 보면 자연히 품질저하가 우려된다"며 식품류를 종전처럼 단체수의계약품목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협은 단체수의계약제도의 급격한 축소가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이에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가 한편에선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보호막을 급속히제거하는등 일관성이 없어 업체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며 일관성있는 정책을펼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