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2월결산상장사 주총 막내려..대부분 조용히 치러

.12월 상장회사들의 정기주주총회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5백45개 12월 결산 상장기업중 법정관리등으로 주총을 열 필요가없는 회사와 31일 주총을 여는 한정화학및 한국마벨외에는 지난2월과 이달에 걸쳐 주총이라는 연례행사를 모두 끝냈다. 12월결산 회사들의 금년주총역시 거의 대부분이 일사천리로 이뤄져 해마다 한번씩 갖는 통과의례 수준을 넘지못했다. 잘 짜여진 각본을 바탕으로 우리사주조합원들이 발언권을 독점,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주총을 끝내버린 회사들이 많았다. 지난해 12월결산 상장사들의 매출액이 93년에비해 20%가까이 증가하고 순이익은 65%나 늘어나는등 영업실적 호전추세가 뚜렷했던 점도 금년 주총을 조용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일반 소액주주들은 주총보다 선물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도 여전했으며 전문 총회꾼들은 금년주총에도 여전히 등장했지만 활약상은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볼때 큰 문제없이 치뤄진 금년 주총이지만 지난 2월28일 열린 한농 주주총회는 동부그룹의 전격적인 회사뺐앗기 작전덕분에 최대의 하이라이트로 등장.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동부그룹이 주총 불과10여분전에 대주주인 정철호씨 일가가 갖고있던 24.7%의 주식매입 계획을 전격 발표하고 인수절차를 진행. 이에따라 또다른 대주주인 신준식사장측은 "닭쫓던 개"의 입장이 됐으며 대주지분이 낮거나 동업관계에 있는 여타 상장회사들역시 비상에 걸리기도. 한농이 최대주주인 한정화학은 당초 지난17일 주총을 열겠다고 공시했으나 동부그룹의 한농 전격인수에 놀란 신준식씨측에서 급히 31일로 주총을 연기했고 최근에는 노조가 동부그룹의 인수를 반대하는 광고를 내기도해 큰 관심. 또 대우중공업은 주총 몇일전에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금년 영업실적이 당초 기대보다 크게 나쁠 것으로 제시되면서 주가가 연일 폭락에 대한 투자자들의 항의로 시꺼러웠던 편. 이에따라 주총이 1시간40분정도나 걸렸는데 일부 투자자들이 "대우중공업에 사기당했다"며 흥분하기도해 회사측이 진땀을 흘리며 "대주주보유 주식의 매각을 2년정도 더 유보할 용의가 있다"는 얘기로 간신히 진정시켰다. 전북은행은 직원들의 반대로 주총이 어려움을 겪은 드문 케이스. 노조를 중심으로 직원들이 일부임원의 퇴진을 요구하며 주총장을 점거함에 따라 주총을 열지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동업자사이인 원진의 주식공개매수 시도와 가원측의 백기사까지 동원한 방어로 관심을 모았던 경남에너지는 양측이 현체재의 유지를 사전에 합의함에따라 주총은 조용하게 넘어갔으며 삼부토건도 "소문난 잔치 먹을 것없다"는 속담처럼 무난하게 끝났다. .경기호전의 영향으로 이번 주총에서는 신규사업 진출이나 영역 확대를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회사가 그 어느해보다도 많았던 편. 상장기업들의 사업목적 추가는 정보통신및 방송,유통,환경사업분야로의신규진출 시도가 가장 두드러졌다. 최근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으로 주목을 받았던 포항제철의 LNG사업및 발전사업 진출문제도 이번 주총에서 사업목적을 추가하면서 불거졌던 일이다. 증자를 위한 수권자본금 증액이 숙원사업인 연합철강은 금년에도 이를 시도한 회사측및 대주주인 동국철강과 반대하는 권철현씨측의 대결이라는 연례행사를 되풀이한 끝에 결국 수권자본금 증액에 실패.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주기위해 회사측이 마련한 선물은 우산이나 과자,그릇등으로 과거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일부 상장사의 경우 주총안내장에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으니 양지하여 달라"고 미리 밝히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