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읽는법] 계속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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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사람처럼 수명이 있을까? 현실적으로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회계에서는 기업이 영속적으로 존속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이를 계속기업( going concern )의 공준이라 하는데 재무제표가 함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옛날의 모험기업에서와 같이 단기간에 걸쳐 일회성 사업만을 수행하고 바로 청산해버린다면 구태여 어려운 회계이론을 만들지 않아도 사업성과를 쉽게 알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업은 설립시점에서 미리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회사가 청산될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상상활수 없는 일이다. 기업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회사의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간손익측정이라는 개념이 회계의 주요 과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재무제표상의 수치는 해당기업이 도산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한하여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 회계의 촛점은 기간손익의 측정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채권보호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연자산은 적정한 기간손익계산을 위해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청산가치를 따진다하더라도 청산가치가 취득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회사가 당장 문을 닫더라도 단순히 대차대조표상의 자산합계에서 부채합계를 뺀 순자산가액만큼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남는다고 속단해서는 아니된다. 장부가액이 현실화되지 않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회사의 경우에는 장부상 순자산가액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기업의 도산비용이 크기 때문에 부도난 회사가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채무조차 상환하기 어렵다. 한편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은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함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감사인은 회계감사의 각 단계에서 회사가 상당기간동안 정상적으로 영업을 수행할수 있을지에 관하여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지만 미래의 사항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만약 감사인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에 의문을 가져 이를 감사보고서에 특기사항으로 기재한 경우에는 부도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투자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