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할인율 동결 기대 못미쳐..달러화 대책 되레 악재로

독일과 일본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오히려 폭락하고 있다. 30일 분데스방크가 재할인율을 인하키로 결정한데 이어 이튿날 일본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혔는데도 달러는 걷잡을수 없이 떨어지고 있다. 외환투자자들은 투정꾸러기 아이처럼 호재를 쥐어주어도 흠집만 찾아내려고만 애쓰고 있다. 이젠 과연 백약이 무효인가. 강세통화국인 독일과 일본이 금리를 낮추면 마르크.엔화로 표시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달러는 상대적으로 오르는게 정상이다. 적어도 30일 분데스방크가 금리인하를 발표한 직후에는 이같은 이론이 맞아떨어졌다. 최근 89엔을 오르내리던 달러는 이날 뉴욕에서 한때 90엔대를 회복하며 강세를 보였다. 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는 예상밖이었다.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분데스방크가 재할인율을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인하가 예상되지 않았던 것이기에 국제외환시장과 증권시장에 미치는 단기적인 효과는 컸다. 31일 일본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표면상으로는달러에 호재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오히려 달러 폭락(엔화 폭등)을 자극하는 악재로 돌변했다. 최근 일본은행이 재할인율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재할인율은 그대로 둔채 콜금리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재할인율을 인하하면 확실히 일반은행들의 여수신금리도 뒤이어 떨어진다. 그러나 콜금리 하락을 유도할 경우엔 중앙은행의 마음이 달라지면 언제든 콜금리가 오를수 있으며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콜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일본은행의 콜금리 하락 유도는 외환투자자들에게 실망스런 재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투자자들은 이제 분데스방크의 재할인율 인하까지도 폄하하고 있다. 독일의 금리인하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마르크의 가치를 떨어뜨릴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독일 일본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달러를 강타해온 요인들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달러 약세 근원은 미국의 거대한 경상적자와 이에 따른미일통상마찰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점 멕시코 금융위기가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무엇보다 27일 재개된 미일자동차협상이 미국이 정한 최종시한인 4월말까지타결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상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설전을 벌였다.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29일 "달러 약세(엔 강세)는 근본적으로 일본시장의 폐쇄성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면 달러가 오를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일본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달러 하락을 묵인하고 있다는 외환시장의 분석을 뒷받침해 주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뒤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클린턴정부의 노력이 위축된 점도 달러를 짓누르는 구조적인 악재로 꼽힌다. 영국 웨스트민스터은행의 수석채권분석가인 아드리안 제임스는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려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한적극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경제의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페소화의 가치와 주가가 함께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긴축으로 멕시코 경제가 침체되면서 미국의 대멕시코 수출이급감하고 있으며 멕시코 은행들과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불씨"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31일의 달러 폭락은 중요한 의미를 남기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달러 약세의 근본원인을 무시한채 미봉책만으로 시장을 달래려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외환시장은 양국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까지 달러를 강타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