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무역적자, 추세가 더 문제다

우리의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크게 늘어나고 있다. 3월의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32.1% 늘어난 101억달러,수입은 40.3% 늘어난 117억달러에 달했다. 월간 기준으로 수출과 수입이 1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번째이며 금액상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수출입의 절대규모가 커진 것은 우리가 무역대국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이와 함께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는게 여간 걱정스럽지가 않다.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수출은 262억달러,수입은 303억달러로 3개월간 무역적자(통관기준)는 41억달러에 달했다. 94년의 1.4분기 무역적자는 27억달러였고 연간으로는 63억달러였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추세로 나간다면 연간 무역적자규모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대로 95억달러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경제문제,더욱이 무역문제를 일정기간의 통계숫자로 풀이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무역적자규모는 분명히 경계할 수준이 아닐수 없다. 수출증가는 주요수출시장인 선진국의 경기호조와 엔고영향에 따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제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이 늘어나면 수입또한 늘어나게 돼 있는게 우리의 산업구조다. 국내경기가 활황세를 나타냄에 따라 시설투자용 기계류수입이 늘고 있고 자동차 가전제품 식료품을 비롯한소비재수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통상산업부 당국자는 수출입이 함께 늘고 있는 것은 높은 성장과 경기회복을 뒷받침해주는 경제활동의 표현이라며 수입증가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건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설명에 일리가 없는건 아니다. 그러나 수입이 증가하거나 무역적자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거나 무역적자를 잠깐 걱정하는 식으로는 문제를 풀수 없다. 무역적자 또는 외채규모가 우리의 경제력에 비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도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적자가 줄어들기보다 추세적으로 확대되어 간다면,흑자로의 반전 기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렇다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단기대책을 서두를 수는 없는 일이다. 단기대책으로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엔고현상에도 불구하고 대일수입이 늘고 대일적자가 늘어나는건 일본으로부터 부품 소재와 기계류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산업구조에 그 탓이 있다. 부품과 소재산업 육성을 게을리하면서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월별 분기별 실적을 검토한후 나오는 것은 언제나 단기대책이 고작이었다. 이제 기술개발,부품.소재 산업의 육성을 통해 산업체질을 바꾸어야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수입을 원천적으로 줄일수 있다. 이는 비록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더라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소비생활도 절제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