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미국 노사관계] (3) 누미사 자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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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연안의 항구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남쪽으로 40분가량 차를 몰고가면 누미사의 프레몬트공장이 나타난다. 공장좌측 광장에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수백대의 새차량들과 주위에 듬성듬성솟은 야자수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있다. 공장외벽에 큼지막하게 쓰인 "안전과 품질,팀웍이야말로 성장의 주춧돌"이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오 프리즘"과 "도요타 코롤라"로 유명한 누미사의 슬로건이다. 이회사는 지난 84년에 설립된 미국 GM자동차회사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회사의합작회사. 지난해 22만9천여대의 승용차와 13만5천여대의 트럭을 생산,이중 4억3천7백만달러어치의 자동차를 해외에 내다팔았다. 근로자는 약 4천5백여명. 이회사의 자랑은 팀제를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인 생산활동시스템이다. 현재생산라인별로 3백여개씩 가동되고있는 팀조직은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자율적으로 해결해나가고있다. 차체상판제작을 맡고있는 "밤부엉이"팀의 프랭크 소리아 팀장은 "팀리더는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팀원은 10여개의 직무를 돌아가면서 맡게 된다. 팀은 불필요한 작업단계를 줄이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수있도록생산방식을 스스로 결정한다. 나아가 작업공정의 기획및 설계단계,기술관련정보,경영정보까지 공유할수있는 기회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팀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사나 외부기관에 의존하지않는다. "마지막 보루"팀의 글렌 로드씨는 "점심시간이나 근무외시간에 문제해결을 위한 회의가 열릴 경우 특별수당이 지급된다. 매년 열리는 팀경신대회를 통해 아이디어제안활동도 활발하다"고 말한다. 모든 생산활동이 철저히 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있는 셈이다. 제록스사의 팀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팀에 사용자측이 참여하지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측은근로자개개인이 스스로 작업환경을 관리하고 팀운영에 적극 참여할수있도록 분위기만 조성할 뿐이다. 낸시 돔닉 노사관계담당 매니저는 "노사양측은 상호신뢰와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공감하고있다. 주요 경영전략에 대한 결정은 회사가 하지만 근로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공개과정을 병행하기때문에별다른 문제가 없다"고말한다. 이같은 누미사의 팀제는 각고의 과정을 거쳐 정착됐다. 누미사의 전신은 지난 62년 설립된 GM프레몬트공장.당시 이공장은 GM의 확고부동한 경쟁력에 힘입어 70년대말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78년에 이르러 6천5백명의 종업원이 연간 30만대이상의 자동차와 트럭을 생산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시장경쟁력의 현저한 약화와 잦은 노사갈등으로 인해 결국 82년에 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GM프레몬트공장은 폐쇄전까지 파업으로 인해 무려 네번이나 직장폐쇄를 할정도로 노사관계가 대립적이었다. 근로자들은 호전적이었고 관리자들은 권위주의적이었다. 공장이 폐쇄되는 시점에서 노동조합이 제기한 고충건수는 무려 1천여건이나 쌓였고 결근율은 20%를 넘나들고있었다. 그러나 84년에 도요다와 합작법인인 누미사의 소유가 되면서 프레몬트공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노사관계를 시도하게된다. 누미사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노사양측은 작업조직을 팀제도로 운용하고 작업방식을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한다는 혁신적인 내용에 합의했다. 날로 떨어져가던 생산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기위한 것이었다. 메리 그로스 미국노동교육연구센타 소장은 "합작법인은 프레몬트공장에서 해고당했던 대부분의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과거 GM식의 경직적인 작업규정이나 직무분류를 없애고 도요다생산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는 일본의 가족적노사관계가 미국에 도입된 것이다"고 설명하고있다. 당시 미국자동차노조(UAW)위원장이던 오웬 비버,부위원장인 도널드 엔필등 노조간부들은 조합원들에게 사용자측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84년 6월부터 3주동안 생산직근로자 2백40명이 일본 도요다공장에서 연수를 받았다. 새로 채용된 2천여명의 근로자들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훈련프로그램이 시행되기도 했다. 근로자들사이에 "이대로는 안된다"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1년뒤인85년 놀랍게도 현장결근율은 2%대로 떨어졌고 노동조합에 제기된 고충건수도 20개미만으로 줄었다. 이같은 배경아래 도입된 누미사의 팀제는 협력적노사관계의 구축과 함께 자동차한대를 조립하는 시간을 과거 22시간에서 14시간으로 줄였놓았다. 평균생산비용은 미국내 다른업체보다 1천달러정도 적게 들면서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있다. 차체구조강화라인을 맡고있는 "목표를 향하여"팀의 근로자 조지 맥마너스씨는 "우리에게는 노사간의 작은 갈등도 소중하다. 상호반성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주는 매개체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누미사의 팀제는 작업현장에 지속적인 교육의 기회와 가족적인 편안함을 제공함으로써 개인과 회사의 잠재력을 높이고있다"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누미사의 탄탄한 팀웍과 노사관계는 탁 트인 공장전경과 함께 회사의 밝은 장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