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한일 민간합동경제위 개막] 기조연설 : 김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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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올해는 종전(광복)50년,국교정상화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그동안 양국정부의 노력으로 한일 양국관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미진하거나 아쉬운 점도 여전히 많이 있다. 앞으로의 관계개선은 정부가 아닌 기업들의 몫이다. 보다 진전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일 양국기업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다양한 파트너와 경제교류를 해왔다. 다른 문화권과도 우호선린의 관계를 맺어왔는데 같은 문화권에서 그렇게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한일양국의 관계를 보다 개선시키는데는 상호신뢰가 전제돼야한다. 일본말에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말하는 것을 이르는 다테에마(건전)라는 단어가 있다. 이에비해 속내를 드러내고 진실되게 얘기하는 것은 혼네(본음)라고 한다. 양국기업인들이 형식에 불과한 다테에마식 표현을 버리고 서로의 가슴을 여는 혼네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양국관계는 보다 다양해지고 활발해질 수있다. 양국기업인들은 그동안의 문제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반성하는 가운데 선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한다. 두나라 국민들에게 해묵은 감정과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양국기업인들이 선린협력하자고하면 곱지않게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있다. 이제 양국 기업인들은 누가 옳고 그른것을 따질게 아니라 지나간 역사를 혼네의 정신으로 철저히 분석해 서로의 입장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을 살려야한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지난날 아시아는 열강에 의해 무력으로 강점당한 슬픈 역사를 갖고있다. 지금도 경제라는 새로운 수단의 도전을 눈앞에 두고있다. 한일양국은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선린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해야한다. 선린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대전제로 개방화 블록화에 대처할 수있는 발전적 관계를 구축해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