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부실감사 손해배상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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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결산및 부실감사로 인해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본 소액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잇따라 주목되고 있다. 부도를 낸 한국강관및 이 회사의 외부감사인인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16명의 소액투자자들이 지난달 22일 2억3,100만원의 배상금을 받기로 합의한 뒤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 92년 제소당했던 (주)흥양과 관계 회계인의 경우 1년6개월의 실형및 7,3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최종판결을 이미 받은바 있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진행중인 신정제지와 영원통신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부도가 난 고려시멘트등 비슷한 경우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잇따르지 않을까 예상되어 국내 증시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한마디로 이같은 추세는 국내 증시의 선진화를 위해 바람직한 일로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시장개방등 경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의 경영책임에 대한 인식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한 예로 외상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을 부풀리는 분식회계가 비일비재하며 심지어는 적자를 흑자로 바꿔 놓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기업회계를 감사하여 잘못을 적발해내고 일반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 본연의 업무인 공인회계사들이 악덕기업과 짜고 이를 방조.은폐했다는 점이다. 주식투자에서 기본적인 판단자료인 재무제표및 감사보고서를 믿을수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투자와 증시선진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후배상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몇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직접 소송을 하지 않은 불특정다수의 소액투자자들도 손해배상을 받을수 있도록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투자피해의 입증책임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분식회계나 부실감사로 얻는 부당 이득보다 손해배상규모가 훨씬 커지게 되어 예방효과가 극대화된다. 경우는 다르지만 정크채권을 불공정거래한 미국의 드럭셀 증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때문에 파산한 것이 좋은 예이다. 또한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증권감독원등 제3자가 지정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증권감독원이 지난 93년1월부터 2년3개월간 189개 상장회사의 외부 감사보고서를 감리한 결과 15%가 넘는 30개사의 감사보고서가 허위 또는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 까닭은 기업결산이 연말에 집중돼 있고 공인회계사의 자질이 부족한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회계사들이 손님끌기에 바쁜 나머지 분식회계를 알면서도 눈감아 주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비록 도산이라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불법행위로 선의의 투자피해가 있다는 의심이갈 경우 증권감독원은 신속하게 조사.대응해야 한다. 또한 배상책임도 해당법인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자까지 연대하는 방안을 연구해야겠다. 증권감독원은 인력부족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신뢰구축과 위상제고를 위해 스스로 분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