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화된 악습 여전' 반증 .. 은행 대출비리 수사 결과

9일 서울지검 동부지청 특수부가 발표한 은행대출비리 수사결과는 빗나간 은행대출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중은행들이 수신고를 높여준 알선업자들에게는 2천만원이하 신용대출을 지점장전결로 처리해준 사실이 단적인 예다. 일반 서민들이 이만한 돈을 대출받으려면 신원보증인을 세우고도 아쉬운 소리까지 덧붙여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지점들의 대출비리는 따가운 질책을 면키 어렵다. 여기에다 알선업자들은 수신고쌓기에 혈안이 돼있는 일선지점장들의 약점을 이용했다. 지점장들은 "수신고=승진"이라는 등식에 쫓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대출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대출구조의 후진성은 변한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출비리에 연루된 은행은 중소기업은행,국민은행,축협등 3개은행의 지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은행의 일선창구에서도 이와비슷한 형태의 대출관련비리가 다반사로 저질러지고 있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일부 은행지점은 알선업자의 요구에 굴복,대금이 입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먼저 발행해주는 소위 무자원선발행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감독원의 금지규정을 위반한것은 물론이다. CD의 무자원선발행은 지난 3월 동부지청 특수부가 벌인 가계수표 부정발급알선사범에 대한 수사에서도 적발된 사례가 있어 CD의 무자원발행이 시중은행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검찰이 밝힌 대출관련비리 유형은 대출알선비리,지점장들의 저축조건부 대출행위,신용대출을 위한 전문보증사기 행위등 세가지. 대출알선은 금융가주변에 기생하는 알선업자들이 은행에 예금을 끌어주는 대가로 자신이 소개하는 중소기업등에게 대출해주도록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알선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들로부터 대출액의 10~12%에 해당하는 돈을 수수료로 뜯어왔다. 기업들은 결국 은행이자 13%와 수수료를 포함,대출금의 총25%를 금융비용으로 뜯겨 자금악순환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지점장들은 신용대출을 예금유치방법으로 적극 활용,저축관련 부당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9조를 위반하기도 했다. 이는 알선업자들을 지점장이 거꾸로 활용하는 수법.1천만원에서 2천만원짜리 신용대출은 지점장의 전결사항이기 때문에 예금을 끌어준 알선업자들에겐 사실상 아무런조건이나 제한없이 대출이 이뤄지곤했다. 이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수신실적이 높은 지점장들은 먼저 승진하고 그런 지점장의 후임자는 합법적인 방법의 고수만으로는 수신실적을 올리기 어려워 결국 전지점장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신용대출이 전적으로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요인은 은행내부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문신원보증사기 행각도 은행의 대출여력을 갉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보증브로커들은 신용대출을 받기위해서는 재산세를 일정액이상 납부한 실적이 필요한 점을 악용,보증을 서주고 대출금의 12%를 수수료로 챙겨왔다. 브로커들은 무자력자인 속칭 "바지"를 통해 전세보증금과 은행대출이 들어있는 가옥을 매입케 한 뒤 고객에게 보증을 서주고 가옥을 다시 파는 수법을 이용했다. 결국 보증인은 무자력자여서 은행대출은 부실채권으로 고스란히 남아 서민대출몫을 줄이는 원인이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