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기업] 이탈리아 '루소티카'..'보수'틀 벗고 공격경영

이탈리아 북부의 소도시 아고르도에 있는 안경테생산업체 루소티카그룹. 세계각국에 고급안경테를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얼마전 관련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을 만들었다. 그 사건은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큰 미신발의류업체인 US슈사를 매입한다는발표였다. 이발표가 나오자 세계안경업체들은 보수적 경영의 대표주자인 루소티카그룹이 마침내 공격적인 경영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놀라워했다. 루소티카가 US슈를 매입키로 한것은 이 기업이 안경소매체인업체 렌즈크래프터스의 모기업이기 때문이다. 렌즈크래프터스를 손아귀에 넣기위해 자신의 작년매출액(5억400만달러)의 거의 3배나 되는 13억달러를 들여 US슈를 매입한다는 대결단을 내린 것이다. 관련업체들이 루소티카의 US슈매입을 공격경영의 신호탄으로 보는데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루소티카는 지난 61년 창립후 지금까지 해외도매업체들의 주문을 받아 수출만 해왔다.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주문에만 의존, 장사를 해온 셈이었다. 이 루소티카가 직접 최종소비자들을 찾아가는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해석되는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는 은행돈을 빌려 매입자금을 마련하기로 한 점. 루소티카는 지난 30여년간 철저히 자기돈으로만 사업을 꾸려나간다는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이 회사가 크레디스위스은행으로부터 14억5,000만달러를 빌려 매입대금과 운영자금으로 쓰기로 한것이다. 세번째는 US슈매입을 통해 렌즈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어서이다. 루소티카는 지금까지 안경테만 생산해왔다. 루소티카가 "내돈으로만 장사한다"는 철칙을 포기하면서까지 US슈를 매입키로 한것은 시장의 글로벌화로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직접 접촉해야만 살아갈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US슈매입을 통해 루소티카가 경영권을 장악하게될 렌즈크래프터스는 현재미국전역에 653개의 안경점을 갖고 있다. 루소티카는 앞으로 이 안경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렌즈크래프터스의 광대한 체인망을 통해 세계최대안경시장인 미국시장을 차근차근 점령해 나간다는 것이 루소티카의 야심이다. 루소티카는 미국시장석권을 위해 선글라스시장을 1차공략대상으로 삼고있다. 델 베치오 루소티카회장은 US슈매입결정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0년안에 선글라스사업을 회사매출액의 70%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루소티카는 세계안경업계에서 거북이기업이라는 닉네임을 듣고 있다. 요란 떨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회사를 키워온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루소티카가 거북이기업으로 불리고 있는 까닭은 사업영역을 차근차근 확대해온 과거전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초창기인 지난 60년대에는 안경테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생산하고 70년대에는 안경테전체로 생산범위를 넓혔다. 이어 80년대에는 대리점을 세워 안경테도매에 나섰다. 그리고 지금 90년대에는 안경소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0년단위로 사업분야를 하나씩 하나씩 넓혀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미기업을 매수, 미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는 루소티카는 공격적인 경영을 성공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때문에 고가.고품질위주의 생산전략을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대중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으로 바꾼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