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하반기 통화관리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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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을 맞아 정부의 경제정책이 겉다르고 속다른 모습을 보여 걱정스럽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에 경기과열논쟁이 심심치 않게 있었고 올해 들어서는 경기진정,물가안정,국제수지방어 등의 목적으로 정부가 대기업들에 설비투자 자제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부자신은 각종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통화팽창을 부추기는 등 자가 당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같이 이율배반적인 정책이 앞으로 우리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위험을 지적하고 정부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먼저 각종 선심성 정책과 느슨한 통화관리로 올하반기 물가안정이 크게 흔들릴수 있다. 재경원이 지난 14일 작성한 통화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미분양아파트 해소지원,외국인 주식투자 한도의 조기확대,자본재산업육성,중소기업의 상업어음할인 활성화 등으로 풀리는 돈이 모두 4조6,6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비록 대기업에 대한 외화대출 융자비율을 낮춰 2조3,000억원의 자금공급을 줄인다 해도 2조3,600억원의 돈이 추가로 공급되는 셈이다. 이처럼 당초 경제운용계획에 잡혀있지 않던 거액의 자금이 공급되면 경제주체들의 예상을 뒤흔들어 물가불안등을 일으키기 쉽다는 것이 경제학에서의 정설이다. 정책당국에서는 4월말 현재 총통화증가율(평잔기준)이 16.8%로 통화관리목표선인 17%에 못미치고 있으며 국공채 판매창구확대 등으로 통화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하지만 정책기조의 혼선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민간투자의 억제를 통한 재정지출의 확대는 전형적인 구축효과로서 우리경제의 질적 도약을 막는 걸림돌이 될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대기업에의 외화대출축소 및 은행의 가계대출억제로 기업투자나 가계지출 모두 변경이 불가피한 판에 정부의 자금지원은 흥청망청이다. 한 예로 중소기업 어음할인의 지원규모가 1조2,500억원으로 엄청나게 큰데다가 비업무용 부동산의 담보이용,비제조업체의 어음할인대상포함,무담보 신용대출가능 등 지원내용이 전에 없이 후하다. 문제는 돈을 퍼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 자금지원은 앰플주사일뿐 근본치료에는 불합리한 금융시장개혁과 기업경쟁력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정책발표 신뢰성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낮다는 점이다. 한예로 시중에서는 선거가 끝난 뒤에는 통화환수가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나 정책단국은 이를 되풀이해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증시에서는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은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고 야단이다. 정책당국의 발표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선거자금이 뿌려지면 현금비중이 높아져 통화수위가 올라가리라는 것이 상식이다. 게다가 정부가 앞장서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니 올하반기에 통화관리부담이 없을수 없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