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농가소득증가와 농업의 장래

우리 농가의 한해 소득이 작년에 평균 2,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도시근로자가구 소득과의 격차가 불과 10만원 0.5%로 좁혀졌다는 농림수산부의 발표는 지난 93년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을 전후해서 떠들썩했던 한국농업의 장래에 관한 논의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터여서 주목을 끌만하다. 물론 표본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든지,또 때가 때인만큼 발표에 정치적 복선은 없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를 그런 시각으로 살피려들면 한이 없으며 그건 옳은 자세가 아닐 것같다. 그보다는 우리 농가가 우루과이라운드의 충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적극화하고 있는 증좌로서 대단히 반가운 현상으로 보고싶다. 당국의 분석은 농가소득 증가배경을 크게 세갈래로 요약하고 있다. 하나는 시설농업 과수 축산등 고소득작목이 크게 늘어났고 다른 하나는 가뭄 등으로 농산물가격이 상승한 덕분이었으며 마지막으로 농공단지취업등 농외소득이 증가한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분석이 대체로 설득력있는 내용이라고 보며 이를 토대로 한국농업의 장래를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의욕적이고 화려한 농업발전계획도 물론 필요하지만 우리 농촌과 농업의 현실,그리고 거역할수 없는 장래를 먼저 확실하게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다시 세갈래로 요약해본다면 첫째 농가가 살 길은 역시 전통적인 쌀 농사보다는 고소득 작목재배와 축산 등에 특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물론 기계화와 과학영농은 필수불가결하다. 또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농촌의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이와 함께 농외소득 비중이 계속 늘어날게 분명하다. 지난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한 비중은 50.8%였다. 그것이 절반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 농가의 분류기준 자체가 애매해지고 도시근로자와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심지어 컴퓨터보급등 문화생활에서 농촌은 이미 도시와 큰 차이가 없어진 현실이다. 셋째 정부와 사회가 장차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농촌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농가인구는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와서 매년 1%포인트 가량씩 감소되어 지난 81년 전체의 25.8%였던 것이 93년현재 12.3%로 낮아졌는데 금세기 안에 10% 미만으로 떨어질게 틀림없다. 이같은 인구감소를 바닥에 깐 정부의 농업정책과 농가 자신의 영농설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농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라 무작정 시장경제원리와 경쟁만을 고집하기 어려운 제약과 특성이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특별한 배려와 지원을 베푼다. 그걸 축소하자는게 우루과이라운드의 합의이다. 그건 다시 말해서 농업에도 점차 시장의 경쟁원리가 확산돼도 정부가 할수 있는 역할 대신 농가 스스로가 해야할 몫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농촌도 얼마든지 잘 살수 있다는 자신감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