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 (27) 종합상사 <2>..살롱 : 사우디 프로젝트

75년4월 오일쇼크가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을 때의 일이다.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주재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서울본사에 전화를 했다. "1억달러 상당의 군복을 수주할 수 있을것 같다"며. 그러나 서울본사 직원들은 이런 전화를 "별 싱거운 친구 다본다"는 식으로 받아넘겼다. 당시 삼성물산의 연간 수출액이 2억달러였을때니까 본사에선 황당한 애기로 접어둘만도 했다. 더구나 중공업제품도 아니고 의류로 1억달러어치를 수출하기는 불가능하다는게 사내 반응이기도 했다. 그러나 웬걸. 몇시간 뒤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1주일 이내에 현지 군관계자들이 서울에 갈테니 사무실을 군복제조전문업체로 "위장"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정말이구나"하고 정신을 차린 본사쪽에선 그제야 준비를 서둘렀다. 사우디의 군관계자가 도착했을때 삼성물산은 이미 군복전문제조업체로 변신해 있었다. 사우디주재원은 우연한 기회에 이라크당국자로부터 "전군 군복교체계획"을 들었다. 암호명은 "사우디101 프로젝트". 한 상사맨의 임기응변이 일반상품의 단일거래(신용장 한장)로는 가장 큰 수출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