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이준상 <안동향교장의(운영위원)> .. '일지회'

현재 물질문명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으나 이에반해 정신문명은 손을 쓰기가 어려울만큼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 운송수단이 없던 시절에는 걸어서 십여일이나 소요됐던 곳도 이제는 여객기를 이용하면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좁은 세상이 되었다. 지구가 한마을같이 좁다는 의미로 쓰이는 "지구촌"이란 말이 전혀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이에 반비례하여 정신문명.도의정신은 원시적인 상태로 타락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전율을 자아낼 만큼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외 신문의 사회면을 어지럽히고 있는 각종 반인륜적 범죄사건들이 이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최근의 도쿄지하철역에서의 독가스살인사건은 도덕불감증의 극단적인 한 예라 할 것이다. 우리모임의 이름은 "일지회"이다. 안동을 고향으로 둔 12명의 친구들이 1972년 1월 이모임을 발족시켰다. 비록 몸은 사업따라 직장따라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떠나 서울 대구 수원 김천 영주등지로 흩어져 살망정 고향에 대한 긍지를 되살리고 한결같은마음(일지)으로 옛선비들의 높은 도덕율을 본받아 후손에게 전해주자는 것이 창설의 취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워 왔던 만큼 고을마다 명현들이 많았으나 안동은 과연 거유명현들이 구름같이 배출됐다. 이조명종 선조때의 퇴계 이황선생, 임진왜란때의 명제상 서애 유성룡선생,병자호란때의 김상헌선생 그리고 일제하의 민족시인(청포도) 이육사선생등등. 일지회는 이러한 성현들의 높은 도의정신을 되살려 보급하는데 벽돌 한장이라도 쌓는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일지회는 해마다 정월과 여름(7~8월) 두차례 모인다. 처음 10년간은 남자회원들만 모였으나 여권의 신장으로 1982년부터는 부부동반으로 확대됐다. 모임장소는 주로 경치도 좋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의정신의 발상지들로 그 일부를 소개하면 안동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강릉 오죽헌,경포대, 청량산등이다. 1993년에는 동남아까지 원정함으로써 그 영역을 국외로 확장했다. 회원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필자를 포함하여 이성학(중학교교감) 김양한(한국교총경북사무국장) 민경화(국민학교교장) 이순걸(고등학교교감) 권상희(고등학교주임교사) 이준일(고등학교주임교사) 김도년(법무사) 김귀환(고등학교교장) 장재호(대학총장비서실장) 이천걸(중학교교장) 박경하(중등장학사).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