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 '그룹화' 빨라진다..독립경영 선언후 영토확장

제일제당이 지난해말 삼성그룹과 인사및 교육교류를 단절, 실질적인 계열분리작업을 진행해온 제일제당이 최근 6개월동안 그룹화를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93년 6월 삼성그룹과의 계열분리선언 이후 지난해말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제일제당이 최근들어 사옥매입과 자회사설립 신규사업진출등 끊임없는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 제일제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출자지분과 지급보증 해소등 삼성과의 계열분리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불거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 그의 장조카인 이재현제일제당상무간 갈등이 일단 수면아래로 잠복한 가운데 약자인상을 풍겼던 제일제당이 사업확장을 통해 삼성그룹에 공세로 돌아선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제일제당은 지난1월 남대문로5가 재개발빌딩을 매입, 삼성생명빌딩을 떠나 자체사옥을 마련했다. 3월에는 이재현상무가 출자하는 방식으로 제일C&C(컴퓨터&커뮤니케이션)를 설립하고 중소건설업체인 선훈건설을 인수했다. 4월에는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미국 드림웍스SKG사에 삼성그룹을 제치고 3억달러를 투자, 공동설립자로 참여키로 했다. 이와함께 국내에서는 김종학PD등과 함께 제이콤이라는 영상소프트회사를 공동설립키로 했다. 5월 들어서는 프로액티브마케팅컨설팅(PMC)이라는 회사를 설립, 마케팅리서치사업에도 참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일제당은 미국의 라운디스사 또는 CGC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도매물류사업에 진출키로 했다. 김포공장에 3천여평의 부지를 도시시설계획상 "시장"으로 변경,가격파괴점 형태의 소매유통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자사식당운영을 계기로 올하반기부터 단체급식사업에도 나서는 한편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카이락"외식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이같은 신규사업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독립회사로 바꿀수 있는 것들이다. 이밖에 무역업과 금융업등에도 나설 방침이다. 제일제당이 이처럼 급속히 사업을 확장할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뒷바침할수 있는 "돈과 땅"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출자지분으로 갖고있는 유가증권과 전국요지에 있는 공장부지가 그룹화로 가는데 디딤돌 역할을 하고있다. 제일제당은 삼성생명(2백15여만주) 삼성전자(1백80여만주) 삼성종합화학(1백30여만주) 삼성건설(96만주) 삼성중공업(67만주)등 삼성계열사의 주식을 8백만주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공장부지는 김포공장 영등포공장 부산공장 인천1,2공장등을 포함해 40여만평에 이른다. 제일제당은 그러나 여전히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여신관리및 투자등에서 각종 제한을 받고있다. 제일제당의 사업확장이 전격적이면서도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일제당의 공식적인 자회사는 현재 제일냉동식품과 제일선물 두회사뿐이다. 해외법인으로는 미국현지법인인 제일아메리카와 제일홍콩현지법인이 있다. 최근 들어 설립하거나 인수한 회사들은 법적으로 자회사가 아니다. 지난3월 설립된 제일C&C의 경우 제일제당의 실질적 오너인 이재현상무등의이름으로 출자한 자본금 15억원규모의 회사. 한국후지쯔와 공동출자를 통해 설립된 이회사는 앞으로 제일제당의 전산관련업무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개인출자방식으로 설립된 PMC는 제일제당 당분유사업부장이었던 조희배씨가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마케팅리서치회사. 제일제당의 신규사업타당성조사와 사업성공여부등에 대한 시장조사업무등을 떠맡을 예정이다. 개인명의로 인수한 선훈건설은 앞으로 제일제당의 건축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제일제당에 먹는샘물과 청량음료등을 공급하고있는 스파클도 사실상 제일제당의 관계사로 분류된다. 제일제당은 이태호 음료사업부장을 스파클 대표이사로 파견하고 있으며 스파클 자본금(22억5천만원)의 80%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제당은 앞으로 3,4년이내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법적분리를 하는게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당분간 실질적인 오너인 이재현상무 또는 명의신탁을 통한 3자출자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