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헷갈리는 정부의 철강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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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이 광양에 년산 300만t 규모의 고노1기를 증설한다고 지난 24일 발표한데 이어 이틀뒤인 26일에는 현대그룹이 제철소건설 의사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또 다시 정부의 산업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일 조짐이다. 지난해 현대가 처음 일관 제철소건설의향을 밝혔을 당시에는 포철과 통상산업부가 철강공급과잉이 걱정된다며 반대했었다. 아울러 고로방식대신 코렉스(용융환원법) 방식을 이용한 연산 100만t내외의 증설을 통해 철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장했다. 이번 포철의 고로증설은 그동안의 포철및 통산부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 산업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게 되었다. 우리경제가 고도성장을 계속해온 지난 수십년동안 과잉중복투자의 시비는 여러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70년대 중반 정부의 중화학공업육성에 따른 과잉 중복투자가 있었으며 지난 88년 석유화학투자의 자유화나 80년대말에 졸속으로 추진된 주택 200만호건설,그리고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진출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철저한 수급전망분석을 바탕으로 관련업계와 정부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투자한 경우에는 반드시 뒤탈이 났으며 특히 정부가 앞장서 투자를 독려했을때 부작용이 제일 컸다는 점이다. 철강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우리경제의 성장,엔고에 따른 일본의 생산축소, 아세안과 중국의 막대한 수요, 중장기적으로 남북통일이후 사회간접자본 정비에 필요한 철강수요 등을 고려할때 포철과 통산부의 공급과잉 걱정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런데도 공급 과잉을 일으킨다며 현대의 신규 진입을 반대하다가 전격적으로 포철의 증설을 허용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가 특정 산업에의 진입과 퇴출을 좌우하고 민간기업의 투자계획에 개입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번 증설이 통산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결정됐다는 포철의 발표는 사실여부를 떠나 희극적이다. 이러니 기업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부규제를 완화한다며 행정쇄신위원회를 만들고 부산을 떨어봐야 실속없는 말잔치만 무성할 뿐이다. 포철의 고로증설로 한보철강 동부산업등 기존 철강업체의 신.증설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투자계획수정이 시장상황의 변화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자의적인 결정때문이라는 점이다. 정치적인 이해타산으로 인해 자칫하면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철강의 내수가격규제도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 국내 철강수요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반론도 있을수 있으나 국내외 가격차가 커질수록 외국 경쟁업체의 반발은 물론 시장원리를 무시한 가격왜곡의 폐해가 커지게 된다. 금리가 오르고 채산성이 불투명해지면 투자시기를 조정하거나 투자자체를 재검토할 것이며 값이 오르면 신규참여로 경쟁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산업정책을 시장원리에 맞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