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작은 실천이 화합의 요체다..최종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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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 "노노갈등" "준법투쟁" "불법분규 강경대응"등등.. 해마다 본격적인 노사협상철만 되면 이들 용어가 신문지상과 방송에 단골메뉴처럼 자주 등장, 사회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5월들어 불법파업으로 출발된 현대자동차의 휴업사태, 한국통신의 노사갈등등 일부대형사업장에서의 분규가 이어지고 있다. 올연초부터 산업현장에 불고있는 노사화합바람이 삽시간에 잠재워진듯한 인상마저 준다. 이들두고 올해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비관은 금물이다. 노사관계는 어떤 틀이나 정형에 구속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외부환경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하는 유기체로 비유된다. 고도의 상대성이 인정되는 관계인 만큼 변화의 폭도 클수밖에 없다. 평소 협력적노사관계로 이름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최근 뜻하지 않게노노갈등으로 휴업사태까지 빚어진 것은 노사관계의 "역동성"과 "불가측성"을 짐작케 해준다. 더구나 전국의 산업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사협력무드가 대세를 이루며 확산되고 있슴을 알수 있다. 올들어 이날 현재까지 노사화합을 선언한 업체수가 1천7백개사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물결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노사간 협력마인드가 산업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일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수 있다. 다만 결의대회를 여는것 만으로 모든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의와 다짐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과제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노사화합선언 업체가 앞으로 협력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일궈내고 유지하는가에 노사관계의 안녕이 달려 있다고 하겠다. 식물이 잘 자라나기 위해서는 양질의 햇빛과 토양, 세심한 보살핌이 뒤따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올해를 "노사화합의 원년"으로 삼고 새출발을 다짐한 업체들도협력을 위한 "자양분"을 끊임없이 축적하고 빨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글로벌 경제"에의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고 화합선언내용대로 세계일류기업을 지향해야 한다면 노사협력을 통한 경쟁력향상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될것이다. 화합선언이 노사협력을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본다면 보다 튼튼한 기반구축을 위해 선언이후 해야할 일들이 더 많다고 볼수있다. 노사양측이 보다 겸허한 자세로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대세와 명분보다는 상호이득이 되는 실천적 과제들을 찾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성실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용자측은 경쟁력제고와 생산성향상을 지상목표로 설정하고 이의 실행주체가 되는 근로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수 있는 여건마련에 최선을 다해야할것이다. 특히 노조가 없어 비교적 "힘의 우위"에 있는 사용자일수록 세심하고 신중한 배려가 중요하다. 근로자측도 사용자측과 대등한 협력파트너십을 유지할수 있도록 보다 유능하고 성숙된 인적자원군으로 거듭나야 할것 같다. 공부나 연구활동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길만이 가장 떳떳한 협력방법이라는 사실을잊지 말아야 한다. 또 노사양측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공동협력프로그램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은 상호이해와 협력의 지름길이 된다. 어쩌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해본적이 없는 우리 노사로서는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듯하다. "신인사제도를 위한 공동연구회" "변형근로시간 도입을 위한 연구모임"등 요즘 일부 기업에서 선보이고 있는 노사공동활동은 좋은 모범이라고 여겨진다. 화합선언업체를 두고 "어용"이나 "야합"등 일부계층의 혹평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협력프로그램의 개발과 공동참여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노사화합행사를 가진 업체들의 결의내용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한국사회는 2000년대라는 세기적 전환과 근대민족주의의 퇴조라는 공간적변혁을 맞기 위한 과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고 있다. 이는 우리 노사의 역사적 통찰과 성숙도를 가늠케해 주면서도 자칫하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화합선언업체에게는 이제부터 "거창한" 구호대신 협력을 위한 작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유난스런 결의의 몸짓대신 은밀한 실천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노사화합선언업체들은 이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대외에 공표해 버린 약속마저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임을 항상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