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동남아] 말레이시아 자신감 갖고 '동방정책' 가속

루스탐 사니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25일 제9회 연방의회총선거와 11개주 의회선거를 치렀다. 연방의회 선거만 치러진 말레이시아 동부의 사바주와 사라와크주에서는 선거일인 24일과 25일이틀간 술렁거렸다. 공식유세기간은 10일정도에 불과했지만 비공식적인 유세는 정부의 의회해산가능성에 대한 공론이 나돌던 지난해말부터 시작됐다. 이같은 의회해산설은 5년임기를 항상 채우지못하고 해체되던 관행에 근거한 것이다. 여당연합인 국민전선(NF)이 연방의회 선거뿐만아니라 모든 주의회 선거에서도 큰승리를 하리란 것은 오래전부터 예측됐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상당히 오랫동안 정치적 안정과 경제성장을 누려왔기 때문에 현정부의 계속적인 집권을 저지할만한 세력이 형성될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90년 10월 선거때 국민전선은 약세였다. 당시 국민전선의 핵심세력인 통일말레이 국민조직( UMNO )은 분당위기와 리더십쟁취투쟁 결과 출현한 당이다. 탈당그룹 "스망앗 46(S-46)당"의 지도자인 텡쿠 라잘레이는 모든 여당세력을 동원할수 있는 인물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이같은 엄청난 도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전선은 총의석의 3분의 2를차지했다. 반면 국민전선은 동부해안반도의 클란탄주에서는 이슬람당(PAS)과 S-46당에 패배했다. 게다가 중국계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행동당(DAP)은 수도권지역 선거구에서 다시한번 영향력을 발휘했다. 90년의 총선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국민전선은 더 단단한 기반위에서 선거를 치렀다. UMNO 내의 리더십투쟁및 극적인 사바주선거 승리이후 국민전선은 정치적인역량을 증명할만한 대규모집회를 열만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올 총선에서 국민전선(NF)은 말레이시아발전에 기여한 여당의 업적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국민전선을 이끄는 모하메드 마하티르총리개인의 신뢰도를 중점적으로 부각시켰다. 최근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은 마하티르총리의 지도력과 경제자유화정책 및 오는 2020년 선진산업국가대열 진입에 대한 비전제시에 힘입은 바 크다는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국민전선은 이번 선거에서 최소한 연방의회의석의 3분의 1을 확보하고 클란탄주를 다시 석권하며 전통적으로 야당을 지지해오던 수도권유권자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으로 임했다. PAS당은 이번선거에서 클란탄주를 지키고 말레이시아 인종이 지배적인 트렌가누 케다 페르리스등의 주로도 세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S-46당은 클란탄연합 주정부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다른 지역에서도 영향력을 재확인한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올 총선은 선거패턴에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수도권 선거구에서 야당우세의 지지가 여당으로 넘어간 것이 명확히드러났다. 과거의 선거유형을 분석해볼때 유권자의 60%이상이 중국계인 수도권 선거구는 주로 DAP가 석권했으나 이번 선거는 국민전선이 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했다. PAS당과 S-46당의 경우 더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90년선거에서는 1석조차 얻지못했던 국민전선은 이번에는 클란탄주에서 최소한 몇개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적어도 클란탄주의 진출교두보를 마련하게 된것이다. 또한 클란탄 외각의 선거구에서 국민전선의 UMNO 이 PAS와 S-46당의 진출을 막을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한편 이번선거는 국민전선의 정치적유세와 거대야당들의 쇠퇴를 여실히 드러낸 역사적 선거였다. 국민전선이 지난 몇년간 정치적 안건들을 여당에 유리하게 정착시켜 우위를 확보한 반면 야당은 정치적 분위기 파악에 실패,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게된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여당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정치적 화합을 내세워 지지를 이끌어낸데 반해 야당은 선동적인 전략을 동원했으나 유권자의 설득에는 실패했던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