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는 어디로] (5) 해외자산 "두통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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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사들인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일본의 해외자산들이 어떻게도 처리하기 힘든 골치덩이로 바뀌고 있다. 투자수익을 올리기는 커녕 대상국에 막대한 자선금만 베풀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투자실패뉴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유명건설업체인 아오키건설은 최근 세계각지에 보유중인 호텔자산 28개중 미국 캐나다 아시아지역에 있는 19개호텔을 팔기로 했다. 이를통해 2000년까지 1천억엔정도의 자금을 조달, 부채를 상환하고 앞으로는 부동산소유보다는 단순운영사업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아오키건설은 88년 세계적 호텔체인인 웨스턴호텔&리조트를 13억5천만달러에 매수해 유명해졌지만 지난해 이미 북미부문등 일부를 5백50억엔에 매각했었다. 소니는 올3월연결결산에서 사상처음으로 2천9백34억엔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화사업영업권을 2천6백52억엔 일괄상각했던 것이 주요인이다. 비싸게 샀던 영화사업권의 댓가를 일렉트로닉스사업에서 번 돈으로 치른 셈이다. 마쓰시타전기산업은 지난4월 1백% 출자자회사인 미종합오락업체 MCA의 주식80%를 57억4백만달러(약4천7백억엔)에 캐나다의 음료메이커인 씨그램사에매각했다. MCA의 현재 총자산평가액은 71억3천만달러. 90년말 매입당시의 61억달러(당시 7천8백억엔)에 비해 달러베이스로는 10억달러 많지만 엔베이스로는 1천6백50억엔이나 손실을 입었다. 이결과 마쓰시타도 연결결산에서 6백40억엔의 첫적자를 기록했다. 파이오니아도 3월결산에서 미국의 영화사업을 담당하는 관계회사 캐롤코 픽쳐스등 2사에 대한 투융자를 재평가해 9천만달러(약75억엔)를 평가손으로계상했다. 캐롤코사가 "터미네이터2" "클리퍼 행어" "원초적 본능"등 많은 히트작을 내기는 했지만 영화제작비용의 증가로 수지가 맞지 않았던 때문이다. 이에따라 95년도 연결결산은 11억9천만엔의 적자로 떨어졌다. 이로써 소니가 89년11월에 약34억달러(약4천8백억엔)에 구콜롬비아영화사(현재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를 매수하면서 시작된 일본자본에 의한 헐리우드영화산업지배는 완전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부동산투자에서도 쓴 경험을 하고 있다. "미국의 혼을 샀다"고 비판받았던 미쓰비시지소에 의한 록펠러센터의 경영은 파산이란 국면을 맞았다. 록펠러센터를 보유하는 부동산자회사2사는 지난5월11일 뉴욕시의 미파산재판소에 미연방파산법11조의 적용을 신청했다. 임대료수입은 떨어지는데 이자지불액은 날로 늘어 더이상 견디지 못한 때문이다. 미쓰비시지소는 89년 록펠러그룹의 주식 51%를 8억달러에 취득한데 이어 91년에도 추가취득, 전체주식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자금은 누계 13억달러(2천1백88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의 자산가치는 10억달러(약8백50억엔)에도 미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파산까지는 이르지 않은 기업의 경우도 평가손은 대단히 크다. 일본기업들이 사들인 해외자산은 LA아코플라자(수화 6억2천만억달러) 시티슈만빌딩(스미토모 5억달러) 시티코프빌딩(제일생명 6억7천만달러) 엑슨빌딩(미쓰이6억1천만달러)등 무수하다. 달러기준으로는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일본기업으로서는 엔고분만큼은 손해를 입고 있다. 특히 미국에 빌딩을 사들인 기업들의 손실액은 엄청나다. 80년대후반 1평방피트당 5백달러에 달하던 맨해턴의 오피스빌딩가격이 현재는 2백달러에도 미달(메릴린치증권조사)하는등 부동산불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90년까지만해도 연1백억달러를 넘었던 일본기업의 대미부동산투자가 최근엔 1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이 갖고 있는 7백31억달러의 부동산중 40%가량이 매각 또는 경영재건이 불가피한 문제자산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미회계법인 케네스 레벤솔사) ''떠오르는 태양 일본''의 상징처럼 비쳤던 해외자산들이 이제 고통받는 일본경제의 상징물로 변하고 있다. [ 도쿄=이봉후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