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북한의 쌀 외교

북한당국이 근년에 해온 외교행태를 보면 북한외교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가 짐작할수 있다. 북한은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곤경에 처한 경제를 수습하기 위해서 한국정부를 배제한채 미국에게는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고 일본으로부터는 경제재건에 필요한 경협자금을 받아내는 것이 기본 목표인것 같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강경한자세를 취하면서도 협상자체를 결렬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과의 수교라는 목적을 위한것이고 한국에 앞서 일본에 쌀지원을 요청한 것도 경협자금을 얻어내기 위한 단계로 풀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경우든지 협상에서 한국정부를 제외하려는 의도는 한.미.일간의공조체제에 균열이 가게 하려는 책략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미국은 핵확산방지조약(NPT)체제의 유지를 위해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양보하는 형편이고 일본은 KEDO에 자금을 제공하게 되므로 북한에 대한 통로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쌀지원문제는 지난2월16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북한과 일본의 비밀접촉에서 제기되었었다 한다. 이 자리에서 일본대표단은 북한측에 쌀지원을 제의했었으나 오히려 북한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싱가포르 비밀접촉에 일본측은 호리(보리경보)자민당의원과 외무성 다케우치(죽내행부)심의관등이, 북한측은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이종혁부위원장등이 참석했었는데 이 때문에 이 비밀접촉이 정부간 접촉이나 정치인간의 접촉이냐로 미국이 의아하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후 3월28일에 일본 자민 사회 사기가케 연립3당대표단이 김용순노동당서기의 초청으로 방북하여 "4당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이 무엇때문에 방북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국내에서도 관측이 구구하지만 그중의 하나가 앞으로 북한.일본간에 수교가 된다면 30억내지 50억달러의 경협자금이 북한측에 흘러갈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있는 모양이다. 나웅배통일부총리는 8일 "일본측이 우리의 당국간 접촉에 의해 대북 곡물지원이 이루어질때까지 신중히 대처"해 주기를 요망했지만 일본 여당일각에서는 "인도적 견지"에서 속히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한다. 반면에 북한은 남북한 쌀회담을 북경에서 정부간 협상이 아닌 차원에게 갖겠다는 뜻을 일본 연립여당을 통해 전해왔다고 외신이 전한다. 이것이 북한의 "자주외교"라는 것인가. 정부의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할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0일자).